송구영신 설교 : 한밤중에 부른 노래(사26:1-7; 고후5:16-6:2; 요8:12-19 / 0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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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면, 유다 땅에서 이런 노래를 부를 것이다.” 이사야가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앗수르 라는 거대한 제국이 사나운 발톱으로 주변의 약소국들을 할퀴고 있을 때입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은 이미 앗수르의 속국이 되어버렸고, 남왕국 유다는 얄팍한 외교술로 재난을 피해보겠다며 무진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습니다. 유다 왕국에 절망의 밤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사야는 이처럼 질곡의 한밤중에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은 견고하다 주께서 친히 성벽과 방어벽이 되셔서 우리를 구원하셨다”: 예루살렘 성을 지키시는 분은 높은 성곽이나 방호벽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주민들은 절박했습니다. 어딜 봐도 구원의 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얼굴빛은 어두웠고,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절박한 때에 이사야는 진정으로 살길은 하나님을 굳건히 신뢰하는 것임을 일깨웠습니다.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에 평강으로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의뢰함이니이다” 라고. 이사야는 “마음”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어떤 사상이나 뜻을 내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와 습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말을 쓰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말하는데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논리나 행위는 전혀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뜻과 사상과 지향하는 바가 한결같이 하나님의 방식을 향해 있을 때, 그런 마음에 영속적인 평화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는 육체를 따라 판단하나 나는 아무도 판단치 아니한다. 만일 내가 판단하여도 내 판단이 참되니 이는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계심이라”(요8:15-16). 바리새인들이 참 빛으로 오신 예수를 알아볼 수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말하면서도 마음은 육체의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뜻과 행위는 언제나 하나님과 일치했습니다. 이사야의 표현대로 주님은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셨고, 하나님을 향한 “심지가 견고”하여 그 마음이 폭풍 가운데서도 평화를 누리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초막절이 되면 예루살렘 성전 회랑마다 불을 밝혀서 진리의 빛이 온 땅에 밝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하누카 축제’(빛의 축제)가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들의 마음 속에는 빛이 없었습니다. 예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나는 세상의 빛이다”고 하셨을 때 이 ‘하누카 축제’와 관련시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예배 때마다 촛불을 밝히는 것은 죽음이 감도는 세상에 부활과 소생의 빛을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밝은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 불은 밝히면서도 정작 우리 마음에 빛이 없다면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님을 향한 굳은 심지가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사도 바울 역시 “우리가 이제부터는 아무 사람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한다”고 합니다. 참 빛이신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화목(평화)이라는 말을 연이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누리며 이웃과 세상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반듯이 유념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화목입니다. 인간은 하나님 안에서 평화를 누리지 않고는, 자기 힘으로는 평화를 누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지금은 은혜 받을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6:2b): “지금”은 환난과, 궁핍과, 매맞음과, 갇힘과, 수고로움과, 자지 못함과, 먹지 못함 가운데 있음에도, 바로 이런 때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더욱 간절히 사모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가난을 저주로 여기면 그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고난과 역경을 회피하면 그는 미래가 없습니다. 수고로움과 땀흘림을 멀리하면 가치 있는 삶을 위해 헌신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거짓이 창궐한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까지 그런 세상에 동화되어버리면 세상은 암담합니다. 세상은 그럴지라도 그리스도인은 진실해야 하고, 난관을 선으로 바꾸려는 불굴의 정신을 지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척박한 세상을 부유하게 하는 자여야 하고, 메마른 세상에서 묵묵히 자비를 실천하는 자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세상 지식으로 판단하지만,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안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투지와 열정과 경쟁심으로 살아가지만,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열정으로 살아야 합니다. 어둠이 깊을 때일수록 하나님의 희망을 노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