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지혜보다 생명의 떡을 구하라(왕상3:4-15; 골3:12-17; 요6:41-48 / 0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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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을 지혜의 왕으로 칭송하는 데는 동서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왕이 되고서 하나님께 1천 번의 번제를 드리며 지혜를 구한 대목은 세상의 통치자들이 귀감으로 삼을만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의 지혜를 담은 일화(왕상3:16-28)는 세상을 경영하려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지침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사가는 솔로몬에 대해 곱게만 보지 않습니다. “솔로몬이 애굽의 왕 바로와 더불어 혼인 관계를 맺어 그의 딸을 맞이하고”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의 아버지 다윗의 법도를 행하였으나 산당에서 제사하며 분향”(왕상3:1-3)했다는 것입니다. 역사가의 눈에 비친 솔로몬은 자신의 치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가 왕이 되고서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기 위해 산당에서 1천 번제를 드렸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산당 제사는 이스라엘 신앙 역사에서 패악과 배교의 상징으로 늘 혁파의 대상이었습니다. 마침내 역사가는 솔로몬을 향해 “여호와의 눈앞에서 악을 행”(왕상11:6-8)한 왕으로 기술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일삼은 솔로몬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복음서가 기술하고 있는 예수의 모습과 견주어 보면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려집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지칭해서 “하늘로서 내려온 떡이다”고 하십니다. 인간이 밥을 먹어야 하는 존재인 것을 생각하면, “내가 생명의 떡이다”는 말씀은 당신의 희생을 담보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솔로몬은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공평하게’ 산 아이를 두 쪽으로 갈라 가지라고 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이들에게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다”고 당신의 희생을 담보했습니다. 이로 보면 솔로몬의 지혜는 전략적이지만, 예수의 지혜는 우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생명을 살리는 밥이란 원래 우둔합니다. 밥은 잘 씹히고 완전히 소화되어야 합니다. 밥이 씹히지도 않고, 소화되지도 않고, 중금속처럼 체내에 남아 있으면 그걸 먹은 사람에게 큰 해를 입히게 됩니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기를 위해 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배불리 먹으면서도 나는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공한 것이고, 부자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경제’를 제일가치로 여기는 난폭한 시류 가운데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모든 사람에게 부자 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시쳇말로 배불리 먹으면서도 나는 먹히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 경제가 잘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들은 더 고단할 것이고, 쉽게 돈 버는 사람은 신바람이 날 것입니다.
오늘날 솔로몬처럼 지혜를 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떡을 구하는 이들, 삶의 본질을 구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성공하려는 사람은 많으나,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솔로몬은 지혜가 출중했을 지는 몰라도 세상을 평화롭게 못했습니다. 영혼이 맑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비록 전략이었을 지라도, 산 아이를 두 쪽으로 갈라서라도 지혜로운 통치자가 되려 했던 솔로몬의 냉혹한 지혜는 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은 결과를 초래했을 뿐입니다. 영혼이 맑지 못한 지혜는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뭇 생명의 밥이 되는 희생과 헌신만이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합니다. 우리는 솔로몬처럼 지혜와 지식을 구하기에 앞서 영혼을 맑게 해야 합니다. 고장난 영혼을 치유해야 합니다. 새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생명의 떡을 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