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일 설교 : 연약한 존재이기에 사랑하신다(슥2:10-13; 요일4:7-16; 요3:31-36 / 07.12.25)

관리자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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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는 두 측면이 있습니다. 오늘이라는 현실에 충실하려는 측면이 있고, 내일의 꿈을 실현하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간은 이 두 가지 측면이 균형 잡혀 있어야 합니다.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으면,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시계가 멈추어 서듯이 인생 그 자체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내일만 있고 오늘이 없으면 그는 망상 속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기 가능성(내재성)에 충실하되 그 내재성은 밖으로부터 오는 외재성 즉 종말신앙의 빛(계시)을 받아야 합니다. 인간의 희망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은총에 의해 완성됩니다.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는 이유가 그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시대 사람들이 오늘에만 열심이고 내일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자기 내적 가능성에만 매달리고 인간을 본질적으로 새롭게 해주시는 하나님의 외재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정열적으로 살면서도 꿈을 상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을 얻는 것보다 ‘믿음’(신용)을 얻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일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성탄절은 기다림의 기간, 대망의 기간을 통해서 성취되는 축복의 절기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기다림, 대망이 없다면 성탄절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백성들이 ‘오늘’에 지쳐서 낙심하고 있을 때 ‘내일’의 ‘꿈’을 심어 주려고 애쓴 사람들입니다. 물론 예언자들의 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꿈과는 다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내일은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지닌 꿈이 아닌 인간의 노력의 한계를 직시하고 하나님의 외재성이 나타날 것을 바라는 꿈입니다.

예언자 스가랴를 봅시다. 바빌론에서 먼저 귀환한 사람들이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겹쳐 성전 재건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지친 백성들은 점차 꿈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가랴는 그가 본 환상을 통해서 백성들에게 설교합니다.

한 젊은이가 측량 줄을 들고 예루살렘을 측량하기 위해서 가고 있습니다. 그 뒤를 천사가 따르면서 부질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무릇 혈기 있는 자들이 여호와 앞에서 잠잠하라. 여호와께서 그 성소에서 일어나실 것이다”(슥2:13). 스가랴는 인간의 혈기로 성취하려는 꿈이 아닌 메시야의 은총을 기다리는 꿈을 설교하고 있습니다. 스가랴의 위대한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이라는 인간의 가능성에만 매달리느라 지친 백성들에게 ‘내일’이라는 하나님의 가능성(희망)을 설교한 것입니다.

인간은 본시 갓난아기처럼 연약한 존재입니다. 사랑 없이는 희망을 가꿀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 것은 세상 만물이 연약한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제 힘으로 설 수 없습니다. 저마다 살겠다며 저희끼리 뒤엉켜서 서로의 숨통을 조이는 게 인간이 하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나를 사랑하시겠습니까? 약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으니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십니다(요1 2:7-8). 하나님께서는 독생자까지 내주시며 사랑하셨는데, 우리가 그걸 알지 못한다면 아직도 철이 들지 못한 것입니다.

이사야는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은 ‘연한 순’처럼 약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랑을 베푸시느라 말할 수 없는 간고를 겪고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철이 든 사람들이라면, 주님의 말씀을 믿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님께 복종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요3:36). 내 욕구만을 채우기 위해 골몰하고, 사랑 받기만을 바란다면 희망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곤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나와 함께 사는 이들 역시 나처럼 연약해서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이처럼 사랑하시는 주님을 더욱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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