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어라(사11:1-9; 엡6:10-20; 요3:16-21 / 07.12.23)

관리자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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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주간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좋아서 춤추는 이들도 있고, 낙심해서 기분이 착잡한 이들도 있습니다. 원래 정치인들에게는 거짓말도 정략이기는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 선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무능한 정부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을 원했다”는 게 대체로 공통적인 평가입니다. 그만큼 현정부에 대한 실망이 컸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겠고, 유권자는 이상(믿음)보다는 현실(빵)을 택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유권자의 선택에 관한 정치적 역학관계는 논외로 하더라도, 한국인의 뇌리 속에 ‘성장’에 대한 신화가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가를 보여준 결과임에 틀림없습니다. 신앙의 역사는 언제나 정직을 요구하는 하나님보다 풍요를 약속하는 바알이 더 좋았습니다. 그러기에 인류의 선각자들은 그 시선을 현실에 두지 않고, 끈질기게 이상과 꿈을 가꿔왔습니다.

기원전 700여 년 전, 유대 땅에 살던 예언자 이사야 역시 하나의 큰 꿈을 꾸었습니다. ‘메시아 왕국’의 꿈입니다(사11:6-8). 그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다”(사11:1).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다윗만큼 큰 업적을 남긴 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예언자는 다윗에 대해서 곱게만 보지 않습니다. 새로운 ‘가지’에 대해서 ‘임금’ 혹은 ‘왕’이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장차 오실 메시아는 ‘평화의 왕’으로서 그 내면적인 조건을 “공의”와 “성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약성서에서 이처럼 “공의와 성실”이 나란히 나올 때는 반드시 하나님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사야는 힘을 휘두르는 통치가 아닌, “공의와 성실”이라는 공인된 질서와 가치에 의한 통치를 꿈꾼 것입니다.

이 이사야의 꿈과 이상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이 한 줄기 강을 이루어 흐르다가 마침내 아기 예수의 탄생으로 실현됩니다. 그런데 요한은 메시아로 오신 예수에 대해서 이사야와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심판의 주’가 아닌 ‘사랑의 주’를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야의 메시아는 구약 시대가 공통적으로 지닌 엄위로우신 분, 두려우신 분, 불의와 부정을 엄하게 다스리시는 분, 칼로 베고 불로 태우시는 분입니다. 이와 다르게 요한이 증언하는 하나님은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분, 낮은 곳에 오신 분, 섬기시는 분, 아무리 큰 죄인이라도 용서하시는 분,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그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요3:16-17). 요한에게서 심판은 각 사람의 행위로 귀속됩니다. 그만큼 각 사람의 도덕적인 힘을 믿고 기대한 것입니다. 이로 보면 이사야는 ‘통치’(Government)에 대한 이상을 지녔다면, 요한은 ‘새로운 존재’(New-being)에 대한 이상을 지녔습니다. 이사야는 정치 환경이 달라질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요한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을 기대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고 합니다. 세상은 기회주의자들, 파렴치한 자들, 낯두꺼운 자들, 무사안일만을 취하는 자들, 남의 것을 탈취하려는 자들, 온갖 추악함을 즐기는 자들이 뱀처럼 뒤엉켜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이런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도록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진실해야 합니다. 빵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고 믿음의 기치를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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