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낙심해서는 안 된다(사5:1-7; 벧후3:11-18; 눅7:28-35 / 0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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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세례 요한에 대해 하신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이가 없도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저보다 크니라”(눅7:28). 세례 요한은 귀족의 가문은 아니지만 출세의 가능성이 있는 제사장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에 비하면 예수는 가난한 갈릴리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이런 출생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사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세례 요한은 세계를 위로부터 지배자의 입장에서 보았다면, 예수는 아래로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았습니다. 세례 요한은 불의한 시대의 심판을 외친 반면, 예수는 시대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용서와 치유의 삶을 사셨습니다. 세례 요한이 회개와 심판을 외치는 동안, 예수는 병든 이들을 치유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사셨습니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 나가 금욕생활을 하고 있을 때 예수는 땅의 백성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면서 삶의 애환을 나눴습니다. 이런 차이로 해서 세례 요한과 예수는 동시대인이면서도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를 구분 짓는 분기점이 됩니다.
물론 세례 요한의 회개와 심판의 촉구는 이사야처럼 예언자 전통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사야의 심판 예언을 들어봅시다. “나의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내가) 땅을 파서 돌을 제하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었도다 …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 포도를 맺혔도다”(사5:1b-2). 들 포도만을 맺는 포도원이라면 그 주인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울타리를 걷어내고 포도나무를 베어낼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도끼가 그 나무 뿌리에 놓여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예언자 전통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예수의 민중운동을 새롭게 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의 민중은 계급화된 민중이 아닙니다. 삶에 지치고, 기댈 데 없고, 죄인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치유하고, 죄 사 함을 베풀었습니다.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들의 눈이 이 세상에 머물지 않도록 현실의 질곡으로부터 심원한 영혼의 세계를 향한 동경을 지니도록 하셨습니다.
지난 7,80년대를 풍미했던 민중운동은 일정한 가치관으로 의식화된 민중이었습니다. 민중을 말하면서 그 추구하는 바는 정치적 목적달성이라고 하는 체제 지향으로 치달린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민중에 대한 의식화는 있었어도 진정으로 민중을 사랑하는 삶은 빈약했습니다. 현실의 모순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는 날카로웠지만, 영원성으로 향하는 심원함이 부족했고, 민중을 대변하는 목청은 높았으나 민중의 삶을 따뜻이 받아들이는 데는 빈약했습니다. 그러한 결과를 오늘 한국의 정치 상황이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민중을 사랑한다고 해서 세상이 그들을 환영할 것으로 여긴다면 오산입니다. 세상은 정의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적대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에 종속되고, 양심이 마비된 세대는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사실을 너무도 깊이 간파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의 시간’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하라고 합니다(벧후3:11-13). 베드로가 목회하든 시대는 세상이 혼잡해서 선과 악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악하게 사는 사람이 더 잘 사는 시대였습니다. 그리하여 주의 오심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낙심한 사람들을 향해서 사도 베드로는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그의 약속을 믿고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본다(기다린다)”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일이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낙심해서는 안 됩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