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공감하는 믿음(삼하 19:1-7; 행 24:1-9; 막 11:27-33 / 201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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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은 추종자들과 함께 아버지의 왕궁에 무혈 입성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압살롬에게서 몸을 피한 다윗은 흩어진 백성들을 수습하여 압살롬의 반역을 진압합니다. 이때 다윗은 부하 장수들에게 어린 아들 압살롬을 해치지 말라고 심심 당부합니다.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못된 자식임에도 아버지는 그 자식의 목숨이나마 지켜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압살롬은 진압군에 의해 도륙됩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다윗은 성문에 걸터앉아 얼굴을 감싸고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라고 울부짖으며 대성통곡합니다. 이런 모습을 본 백성들은 반역자를 진압한 기쁨은 사라지고,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 되어 모두가 침울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충성스런 장수 요압이 다윗에게 나아가서 지금 다윗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 지를 직언합니다. 왕께서는 자식이 죽었다고 통곡하며 성에도 들어가지 않으시는데, 목숨을 바쳐 왕의 생명을 구하고, 나라를 국난에서 구한 백성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서야 왕은 자신이 지금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자식이 처참하게 죽은데 대한 슬픔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자식으로 인해 백성들이 당한 고통은 공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평범한 집안의 아비라면 모를까,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로서 할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는 통곡을 그치고 백성들이 기다리는 성으로 들어가서 뒷일을 수습합니다.
이 고사는 오늘날도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나라 지도자에게서 빠질 수 없는 덕목은 무엇보다 백성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제 부모형제가 당한 슬픔이나 고통에는 공감하면서, 백성들이 당한 고통이나 슬픔에는 공감하지 못한다면 지도자가 될 자질이 없는 사람입니다. 유난히도 폭염의 연속이었던 금년 여름,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휴가지 창원 저도에서 ‘저도의 추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어린 시절 한 가족이 단란하게 보낸 추억을 떠올린 것입니다. 그처럼 다정다감했던 어머니 아버지가 흉탄에 맞아 비명에 갔습니다. 생각할수록 비통한 추억입니다. 여기까지는 결코 흠이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휴가지에서 돌아온 그는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이들을 청와대 주요 자리에 앉혔습니다.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각종 공안사건을 주도하고, 지방색을 부추긴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앉혔습니다. 아버지의 추종자들과는 공감하면서, 아버지로 인해 고통을 겪은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자기 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결코 용서하거나 수용하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는 저 옛날 다윗과는 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예수에게 적대적이었던 자들은 율법과 계율과 장엄한 성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닌 자들입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는 열정 즉 하나님께 공감하는 능력은 바닥인 자들입니다. 사도 바울을 죽이려 했던 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베릭스 총독에게 바울의 죄를 논고한 더둘로에게서 현대판 공안검사의 음울한 그림자를 봅니다. 그는 바울을 치안을 어지럽게 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인물임을 촉독에게 주지시키기 위해 온갖 죄목을 나열합니다. 하나님께는 공감하지 못하면서 권력에 기대 사는 이들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하나님께 공감하는 믿음은 권력, 돈, 명예, 학벌, 인맥 등에 기대지 않고 약한 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구원의 증표는 성취한 것에 매이지 않고 연약한 자와 함께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권력이 아닌 하나님께 공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