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불결체험(삼상 16:14-23; 행 10:24-35; 눅 24:36-53 / 13.7.14)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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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본문은 성령께서 종교적으로 심리적으로 혹은 민족적으로 형성된 편견의 장벽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이 당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었습니다. 민족적으로는 적대적이고, 종교적으로는 유일신 신앙과 혼합종교라는 대립 관계에 있었습니다. 가나안 정착 초기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방인과 적대했던 것이었는데, 점차 율법이 확립되고, 제사종교의 체제가 갖춰지면서부터는 다른 민족을 종교적으로도 교류할 수 없는 이방인 취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유대인에게 ‘이방인’은 ‘비존재’라는 의미가 짙습니다. 유대인은 성결한 백성이지만 이방인은 불결한 존재입니다. 유대인은 선택받은 백성이지만, 이방인은 하나님께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이처럼 유대인은 세상을 두 쪽으로 분리시킴으로서 생존하는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의 존재 방식은 확장하느냐 아니면 소멸되느냐는 극단적인 양자택일만 있을 뿐, 교류하거나 협력하는 것은 혼합으로 여겼습니다.

처음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세계관과 종교관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은 유대인을 구원하기 위해서 라고만 믿었습니다. 베드로의 생각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천지가 변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성령의 역사입니다. 성령의 역사는 처음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구원의 사건으로 체험하게 하시고, 점차 적대적인 세계와 소통하는 역사를 체험시킴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게 했습니다. 베드로의 불결 체험은 그 같은 변화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에서 이뤄진 일입니다. 그리하여 고넬료와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을 때 성령께서 뜨겁게 역사하시는 놀라운 사건에 베드로는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됩니다. 성령께서 유대교의 경직된 울타리를 깨 버리고, 유대인이나 이방인의 구별을 없게 하는 놀라운 사건을 체험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유대교로부터 벗어나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이 없는 구원의 복음을 증거하기 시작합니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사건은 하나님께서는 치밀하게 준비하신 일입니다. 베드로로 하여금 죽은 과부 다비다의 시체를 만지게 하신 일, 가죽 만드는 시몬의 집에 머물게 하신일, 철저히 금지된 불결한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환상을 보이신 일, 이방인 고넬료와 같은 사람을 준비시키신 일 등 모두가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유대교적인 세계관에 갇혀 있는 베드로에게 더 이상 핑계 댈 수 없도록 하신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지금 우리 가운데서도 그렇게 역사하십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일들을, 그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이라면, 어떤 모습으로든 가능하도록 우리 안에서 역사하십니다. 굳어버린 것들을 깨뜨리기도 하시고, 인간이 자기 업적으로 자랑하려는 것들을 무너뜨리기도 하십니다. 세속 사회가 외면하는 사람들을 들어 쓰시기도 하시고, 인간은 비록 불결하게 여길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거기서 성스러움을 드러내고 선을 이루어 주십니다.

우리가 고통과 슬픔을 겪는 것도 그렇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일은 알지 못합니다. 고통과 슬픔을 겪어본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세상의 고통을 몸소 겪으신 하나님의 섭리이듯, 우리가 겪는 고통과 슬픔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응답케 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이 가을이면 다 벗어 버리듯이, 성령께서는 인간이 편견의 옷을 걸치고 있을 때 그것을 벗겨 버리십니다. 그리고 새 옷을 입히십니다. 새로운 창조를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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