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드는 사람들의 나라(삼상 8:1-9; 행 7:1-8; 눅 22:24-30 /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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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이 나이 들어 직무 수행이 어렵게 되자, 두 아들에게 사사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사사는 적의 공격이 있을 때 앞장서 나가서 싸우는 장수 일을 하지만, 평소에는 백성들의 송사를 담당하는 일을 합니다. 재판관의 가장 큰 덕목은 공정한 재판입니다. 그런데 사무엘의 두 아들은 뇌물을 받고 불공정한 재판을 일삼았습니다. 제사장 엘리의 아들들은 신성한 제의를 문란케 하여 백성들의 원성을 샀는데, 사무엘의 아들들은 신성한 사법제도를 문란케 하여 백성들의 원성을 산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백성의 장로들은 평소 왕권에 대해 부정적인 사무엘을 찾아가 ‘우리도 왕을 세우겠다’며 압박합니다.
사무엘은 백성의 장로들의 요구를 좋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저들이 ‘너를 버리려는 게 아니라 나를 버리려는 것’이라며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합니다(삼상 8:6-7). 역사의 흐름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타협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왕권이 강화되었을 때 왕들이 백성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고 가운데 ‘또’와 ‘취하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왕이 너희 아들들을 취하여”, “또 너희 딸들을 취하여,” “또 너희 밭과 포도원과 감람원의 제일 좋은 것을 취하여”, “또 너희 곡식과 포도원 소산의 십일조를 취하여”, “또 너희 노비와 가장 아름다운 소년과 나귀들을 취하여”, “너희 양떼의 십분 일을 취하리니….”
백성들은 왕의 노예가 된다는 경고입니다. 그런데도 이미 마음이 기울어진 장로들은 사무엘의 경고를 들을 까닭이 없습니다. “아니요, 우리도 열방과 같이 되어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왕이 앞장서서 싸움을 싸워야 합니다.”(삼상 8:20) 저들은 지금 강력한 나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합니다. 왕이 자기들을 대신해서 싸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왕이 백성을 편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입니다.
인간이 남의 힘을 빌어서 편히 살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최후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 사이에 서열 다툼으로 분란이 났습니다. 이를 아신 예수께서 “이방인의 임금들은 저희를 주관하며 그 집권자들은 은인이라 칭함을 받으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눅 22:25-26a)고 하십니다. 사무엘의 왕에 대한 경고와 다르지 않은 말씀입니다. 집권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도 마치 은인이나 되는 것처럼 행세합니다.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마치 무슨 공이나 세운 것처럼 업적을 자랑합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누가 더 높으냐? 밥상 앞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 앞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나는 시중드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와 있다.”(27) 이 앞에서 제자 중 한 사람의 배신 이야기가 있었고, 뒤이어서 제자들끼리 누가 더 높은 가고, 서열다툼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가장 친밀한 제자집단, 그것도 성만찬 식탁 앞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이야기는 교회가 지닌 치명적인 위험을 솔직하게 보여고 있습니다. 교회는 외부의 박해보다 안에서 벌어진 치명적인 위험을 막지 못해서 무너집니다. “나는 시중드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와 있다.” 그 나라는 온전히 섬기는 이들의 나라입니다. 지배하지 않고, 섬기는 곳에서 그 나라는 성취됩니다. 앉아서 대접받는 자의 나라가 아니라, 서서 봉사하는 자들에 해 성취되는 나라입니다. 스데반의 증언처럼 남을 종 삼은 나라나 사람은 모두 심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서서 시중드는 사람으로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우리 사회는 출세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예수 잘 믿고 싶으시지요? 시중드는 일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 안에 다가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