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기억에 대한 반동(삼상 2:27-30; 행 2:29-36; 눅 20:41-47 / 13.6.23)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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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귀한 신분이었던 집안이 자식 교육을 잘못시켜 멸문하게 되는 불행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사장 엘리의 이야기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엘리는 출애굽 당시 모세의 형이었고 제사장이었던 아론의 후손이기도 합니다. 명문가 중에서도 명문입니다. 제사장이라면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그 특권이 일반 백성들과는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의 아들임에도, 불행하게도 엘리의 두 아들은 불량배였습니다. 하나님께 드릴 제물을 탈취하고, 성막에서 수종드는 여인을 겁탈하는가하면, 고기 굽는 시간을 참지 못해 날것으로 먹어치울 정도로 성정이 거칠고 조악했습니다. 성경은 엘리의 가정교육이 실패한 이유를 “네 아들을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긴”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식을 존중히 여겼다는 것, 곧 자식을 하나님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식이 우선이었고 하나님은 뒷전이었습니다.

사무엘서는 엘리의 집안이 하나님을 경멸함으로서 멸문하게 된 이야기인데, 사도행전은 유대교라는 종교가 위선으로 무너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대인에게 예루살렘 성전은 토라와 함께 거대한 기억의 몸체이고, 기억을 항구적으로 전승시키는 모체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전으로 향하던 사람들 중 일단의 무리가 마가의 다락방으로 모여듭니다. 집단적인 기억의 심장인 성전을 뒤로하고, 허름한 마가의 다락방으로 모여든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집중되었던 소망과 기대가 ‘다락방’으로 옮겨진 것이기도 합니다. 성령 사건은 여기서 일어납니다. 성령 사건의 혁명적 폭발성이 여기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비록 장엄한 성전이 아닌 다락방과 같은 초라한 곳일지라도, 그 가운데 하나님을 향한 구원의 갈망이 있고, 불타는 열망이 있으며, 가슴 찢는 통회의 눈물이 있다면, 바로 그곳에 거룩한 영이 임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령사건은 새로운 ‘기억’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서 베드로는 세상을 전복하는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장차 오실 메시아의 원형으로 기억된 다윗을 부정하고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를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로 선포한 것입니다.(행 2:36) 베드로의 설교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처럼 성령의 역사는 과거의 인습과 집단적 기억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성령은 새로운 기억의 사건으로 하나님께서 일으키시는 새로운 창조를 향해 우리를 불러냅니다.

예수께서도 메시아로서의 다윗을 부정하십니다. “어찌하여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 하느냐”(눅 20:43-47). 문제는 다윗을 메시아로 떠받드는 이들, 즉 집단적 기억을 담보하는 이들입니다.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원하며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상좌와 잔치의 상석을 좋아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 저희는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니 그 받는 판결이 더욱 중하리라” 소위 위선자들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신 말씀인데, 이들이 위선자인 것은, 다윗에 대한 집단적인 기억을 절대화하여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다윗을 떠받들어 자기 이익을 취하는 자들입니다. 예수께서는 과부의 가산이나 탈취하는 도둑으로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요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받드는 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박정희를 정말 존경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이 박정희를 상품삼아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입니다.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이 패거리로 전락한 것도 자신들의 저항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적 기억의 포로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위선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믿음의 전승을 소중히 여기되 기득권 옹호를 위한 집단적 기억을 깨뜨리는 성령의 역사를 가로막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미래는 인습적은 집단적 기억을 벗어나는 데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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