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의 열정(아 1:5-8; 고후 12:7-10; 눅 19:28-40 / 13.6.16)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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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서가 성경으로 편입된 것은 이 책이 하나님과 당신의 백성 간의 사랑을 정열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가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예루살렘 여자들아 내가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 게달의 장막 같을지라도 솔로몬의 휘장과도 같구나”(아 1:5) 여자는 지금 자기 피부색이 게달의 장막 같을지라도 솔로몬의 휘장보다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게달의 장막은 염소털로 짠 천막으로 색깔이 거무스름합니다. 그럼에도 여인은 자긍심으로 가득합니다. 이어서 여자는 왜 자기 피부가 검은지를 말합니다. “내가 일광에 쬐어서 거무스름할지라도 흘겨보지 말 것은 내 어미의 아들들이 나를 노하여 포도원지기를 삼았음이라 나의 포도원은 내가 지키지 못하였구나”(6) “내 어미의 아들들”이라면 계모의 아들들 것입니다. 이복 오라버니들은 여동생을 자신들의 포도원지기를 시켜서 피부가 햇볕에 타서 검게 된 것입니다. 예루살렘 여인들처럼 비단결 같은 피부가 아닌 마치 게달의 장막처럼 검게 탄 시골 처녀입니다. 그러기는 해도 사랑하는 님에 대한 생각은 티 없이 맑기만 합니다. 님 곁에 있고 싶으니 양떼를 먹이다가 쉬는 곳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목동들에게 실연당한 여인처럼 보이기 싫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남자가 화답합니다. 내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겠거든 양떼의 발자국을 따라와 목자들 곁에서 네 염소 새끼를 먹이라고 합니다. 내가 거기서 너를 만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다른 목자들이 있는 곳에서 만나겠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배려가 감동적입니다. 양이 부를 상징한다면, 염소새끼는 가난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난함에도 순수함을 간직한 시골 처녀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입니다. 이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고운 피부색을 보고 사랑하는 것도, 신분을 보고 사랑하는 것도, 재물을 보고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검게 탄 시골 처녀처럼 보잘 것 없음에도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이들을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에게서도 그 같은 순수함을 봅니다. 당신이 고난받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지금까지 사람이 타지 않은 나귀새끼를 타신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함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말이 아닌 나귀를 타신 것을 두고 전쟁이 아닌 평화의 왕임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지금 희생으로 바쳐지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이때 타는 짐승으로 사람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나귀를 타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 역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사람입니다.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고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단의 사자를 주셨으니…”(고후 12:7). 바울은 남들이 체험하지 못한 특별한 신비체험이 있음에도 그것을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콤플렉스인 나약함을 자랑합니다. 우리는 이런 바울을 ‘겸손한 성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울이 겸손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닙니다.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은 메시아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의 콤플렉스 즉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분을 메시아로 삼으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복음을 증거하는 사도들에게도 같은 약함을 통해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바울은 깨달은 것입니다. ‘바울의 십자가 신학’(고전 1:18-31)은 여기서 구체화됩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서 무력함 이외에 아무것도 자랑할 게 없고, 오직 은혜만을 의지할 때 하나님의 능력을 가장 깊이 체험합니다. 약함 가운데서 구원의 길이 열립니다. 순수의 열정이 구원의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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