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사는 사람, 죽음을 사는 사람(출12:40-48; 고전15:29-34; 막15:1-15 / 12.4.8)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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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 사건 기사 가운데 “내가 넘어가리니”(출 12:13)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죽음의 사자가 넘어간다는 말입니다.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간 사건을 자자손손 기억하기 위해서 특별한 절기를 제정하여 기념합니다. 유월절입니다. “이 달로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출 12:2). 저들은 유월절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삼기까지 했습니다. 한 해 시작이 되는 달은 아빕월(니산월)입니다. ‘아빕’(이삭)은 새로운 시작이 되는 생명입니다. 시간적인 시작이 아닌 생명으로 인한 시작입니다. 이삭은 씨앗의 죽음을 통한 결실입니다. 나사렛 예수의 생애가 그랬습니다. 그의 부활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간 결실입니다. 부활을 사는 사람들은 죽음의 기운에서 생명의 기운을 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 사건을 이처럼 출애굽 당시의 유월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사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고전 15:20)합니다. 접속부정사 “그러나”에는 이 생 즉 눈앞의 생에만 매달려 사는 삶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땅에 묻히는 씨앗이기를 부정하고 화려한 꽃이 되기를 바라는 삶. 겸허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고 주목받게 되기를 열망하는 삶. 섬김의 삶을 살지 않고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삶.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거부하고 허세를 부리며 살고자 하는 삶. 이 모두가 “그러나”에 걸려 넘어지는 삶입니다.

바울은 또 만일 죽은 자의 부활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라고 자문합니다. “나는 날마다 죽는다”(31)라고 합니다. 바울에게서 부활은 반듯이 성취해야 할 인생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빌 3:12). 바울은 우리로 하여금 죽은 자의 부활이 없다는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말라고 합니다.

오늘 출애굽기 본문은 ‘하나님의 백성’을 출생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의한 것으로 여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유월절 식사 때 이방인들과 함께 하는 식탁을 원칙적으로는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를 두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출애굽 한 외국인들과 종들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할례를 받게 하고, 유월절 식사에 참여시키는 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출애굽 당시에는 그만큼 개방적인 구원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죽음을 사는 이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죽음으로 넘겨줍니다. 제 이익을 위해서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짓밟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넘겨준' 사람입니다. 마가는 죽음의 삶과 관련해서 '넘겨준'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도록 형집행관에게 “넘겨준” 행위는 죽음을 사는 이들의 전형입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죄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다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십자가에 달도록 넘겨주었습니다.

부활을 사는 이들은 죽음 가운데 있는 생명들과 사람들의 삶을 보듬습니다. 자기 몫이 적을 지라도 가난한 이들의 몫을 빼앗지 않습니다. 자기희생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냅니다. 부활을 사는 이들이 있는 곳에는 생명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들은 의의 열매를 맺습니다. 반대로 죽음을 사는 이들이 모인 곳에는 죽음의 독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그들은 온갖 독한 열매를 맺습니다. 부활이 무엇인지 지금은 우리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활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리스도인은 부활을 사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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