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없는 구원의 허망함(창37:25-36; 고전2:12-13; 막1:29-39 / 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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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요셉은 형들 앞에서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한번은 꿈 이야기로 형들의 노여움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평소 요셉을 미워했던 형들은 마침내 요셉을 죽여 없애기로 합니다. 그러나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이집트로 가는 상인들에게 은 20개에 팔라버립니다. (이 상인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기 전에 아내 사래의 몸종 하갈에게서 낳은 이스마엘의 후손입니다.) 동생 요셉을 팔아버린 형들은 요셉이 입던 채색옷에 염소피를 묻혀 아버지에게 보이면서 동생이 들짐승에게 먹혀 죽었다고 고합니다. 기막힌 소식을 들은 야곱은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는데 마치 부모상을 당한 것처럼 상복을 입고 슬퍼합니다. 야곱에게는 요셉의 죽음이 그만큼 치명적이었습니다.
야곱이 누구입니까? 그만큼 치열하게 산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어떤 역경도 체념하지 않고 이겨낸 사람입니다. 그의 치열함은 적자생존의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었음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의 치열함은 늘 고통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인간에게 절망 곧 죽음은 생명세계의 존재 법칙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생명세계는 절망(죽음)이 있음으로 비로소 치유되고, 유지됩니다. 이에 반하는 삶의 치열함은 생명세계의 존재법칙에 맞서 비트는 일이 됩니다. 야곱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오늘날도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절망과 맞서야 하고, 절망의 질서로 다가오는 삶의 환경을 끊임없이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승리했다’ ‘이겼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치열했다는 것이지만, 내게 부정적인 삶의 환경을 비틀어서 유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죄악을 어떻게 끊을 수 있습니까? 누가 이 고통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습니까?
마가는 예수님의 치유 행위를 통해 절망의 포로가 된 이들을 살리시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뿐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웠는지라”(막 1:30). 그녀의 열병이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 알 수 없으나 짐작해볼만한 게 없지는 않습니다. 딸을 시집보낸 어미로서 사위라는 자가 딸 호강은 못시켜줘도 굶겨 죽게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위라는 자가 생업을 내팽개치고 온 세상이 경계하는 예수라는 자를 따라다니고 있으니 속에서 열불이 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런 시몬의 장모에게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다 드러누운 야곱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럴 경우 야곱은 무슨 꾀라도 냈을 터인데, 그녀는 화병으로 누워버린 것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열정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요? 세상의 열정은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앓아누운 것처럼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화병을 고쳐주신 분, 자신을 화병 들게 만든 바로 그 사람 예수였습니다. 자기 스스로 부정했던 이가 자신을 구원하는 메시아였다니 이보다 더 큰 역설도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를 저주받은 자의 죽음으로 여긴 사람입니다. 예수에 대한 철저한 타자화입니다. 자기는 결코 그따위 망령된 죽음은 맞이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상상도 못했던 십자가 구원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이 진리를 어떻게 깨달았는가?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나님께서 주신 성령으로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 온 영을 받았으니…”(고전 2:12a) 우리가 날마다 살고자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열정은 자기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열정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나를 향한 구원은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줍니다. 우리가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를 그리스도께 위탁하는 것입니다. 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