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근심이 기쁨이 되리라 / 2026. 5. 17. / 사 32:9-18; 행 1:12-26; 요 16:16-24

관리자
202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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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7일 주일예배

부활절 일곱째 주일

사 32:9-18; 행 1:12-26; 요 16:16-24

너희 근심이 기쁨이 되리라

 

오늘은 올해 부활절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력 성서 본문들은 이미 지난 주일부터 성령의 오심을 묵상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으며, 오늘 사도행전 본문은 제자들의 다락방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제자들 위에 드리웠던 죽음의 그늘이 깨끗이 걷힐 때가 된 것입니다. 한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한 마음으로 기도에 힘썼고, 유다의 빈 자리에는 맛디아가 세워졌습니다. 이처럼 활기를 띤 제자들의 모습을 보는 건 정말 한참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성서 본문은, 성령강림절로 넘어가려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부어질 것이라는 약속에 앞서 예루살렘이 황폐화되어야 한다는 이사야서의 말씀과 배가 터져서 죽은 유다의 종말에 대한 사도행전의 말씀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주제는 바로 인간의 탐욕입니다. 예루살렘 주민들은 넉넉한 물질과 군사력이 주는 만족감에 도취돼 자신들이 탐욕에 빠져 있는 줄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태로는 하나님의 영을 모실 수도 없었습니다. 탐욕을 부린 유다의 배가 터졌듯이, 그들의 탐욕은 심판받아야 했습니다. 그다음에야 하나님의 영을 모실 공간이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이사야 시대 예루살렘 주민들은 궁전과 오벨의 요새를 바라보며 권력욕과 물욕을 품었습니다. 오벨의 요새와 망대는 예루살렘의 안전을 상징하는 군사적 구조물이었습니다. 오벨이 굳건하면, 예루살렘은 어떤 적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고, 이는 다가오는 앗시리아의 군사적 위협에 안일하게 대응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사야는 그들의 믿음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 거라고 예언했습니다. “대저 궁전이 폐한 바 되며 인구 많던 성읍이 적막하며 오벨과 망대가 영원히 굴혈이 되며 들나귀가 즐기는 곳과 양 떼의 초장이 되[리라]”(사 32:14) 그들이 세운 모든 것이 무너지고, 그것을 의지했던 믿음이 깨진 후에야 비로소 “위에서부터 영이 부어지게 될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사 32:15). 이 장면은 바벨론 제국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파괴했던 포로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창세기 1장의 말씀과 흡사합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창 1:2, 새번역) 하나님의 영의 역사는 인간이 욕망으로 구축한 체계와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뒤에야 시작된다는 것이 이 말씀들의 공통된 메시지입니다.

 

몸이 곤두박질하여 배가 터져 죽은 유다에 관한 사도행전의 기록은 탐욕의 무서움을 강한 어조로 경고합니다. “(이 사람이 불의의 삯으로 밭을 사고 후에 몸이 곤두박질하여 배가 터져 창자가 다 흘러 나온지라 이 일이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알리어져 그들의 말로는 그 밭을 아겔다마라 하니 이는 피밭이라는 뜻이라.)”(행 1:18-19) 초기 교회는 이 장면을 탐욕의 비극으로 기억했습니다. 사람의 신체에서 배는 생명의 모태 또는 기력의 원천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탐식과 탐욕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유다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그의 배, 곧 그의 탐욕이었습니다.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이젠하임 제단화에는 배가 기괴하게 부풀어오른 악마를 묘사한 패널이 있습니다. 그 악마는 수도자 성 안토니오스를 공격하려 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먼저 쓰러져 죽어갑니다. 탐욕은 언제나 남을 삼키려 하지만, 결국 자신을 먼저 파괴합니다. 유다의 이야기도 바로 그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이상과 꿈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요한복음서의 배경에 있는 요한복음 공동체는 유대교와 로마 제국으로부터 가혹한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제자들과 요한복음 공동체에 소중한 진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그 무엇도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너희 근심이 도리어 기쁨이 되리라”(요 16:20)는 주님의 말씀은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주님의 구원을 본 제자들이 다시 기쁨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기나긴 산고를 감내한 이에게 해산의 날이 찾아오듯이, 주님이 약속하신 기쁨은 모든 탐욕으로부터 정화되는 고통과 연단의 시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예수님의 제자들과 요한복음 공동체는 그 시간을 잘 통과했습니다. 하나님의 영을 모실 준비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인공지능시대가 가져온 전에 없던 호황기를 맞아 탐욕이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부와 거기서 나오는 힘을 목격한 이들은 너나없이 욕망에 이끌리고 있습니다. 성령강림절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는 우리가 오직 부활하신 주님을 향한 믿음과 성령에 대한 기대로 충만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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