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니 / 2024. 10. 6. / 창 8:13-22; 골 3:12-17; 눅 17:11-19

관리자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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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6일 주일예배 

창조절 여섯째 주일 / 세계성만찬주일 

창 8:13-22; 골 3:12-17; 눅 17:11-19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니 


오늘 누가복음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여정에서 있었던 치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 어느 마을에 들어가셨습니다. 그곳에 있던 열 명의 나병환자가 예수님을 보고 큰 소리로 자비를 구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특별한 치유 행위를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다만 “제사장들에게 가서 너희 몸을 보이라.”(눅 17:14)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나병이 생기면 제사장에게 진찰을 받은 후 격리되어 경과를 살펴야만 했습니다(레 13장 참조). 그들은 몸을 추슬러 제사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한 번도 제사장에게 가본 적이 없는 듯한 모습인데, 이는 그들이 신앙공동체의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제사장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집니다(17:14). 열 사람의 나병이 동시에 치유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 사마리아 사람만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그 열 사람이 모두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계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하였느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17:17-18) 


예수님의 말씀에서 실망감이 묻어나는 까닭은 나병에서 낫고도 당신에게 돌아와 감사를 드린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단순히 감사를 받지 못한 게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그 아홉 사람이 나병의 치유를 통해 그들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자비와 부르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 기대하신 것은 깨끗함을 받은 열 사람이 모두 하나님의 친교(koinonia)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친교는 그들이 나병 때문에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삶의 기초였습니다. 사실 나병환자에 대한 율법에도 친교에 대한 강조점이 나타나 있습니다. 제사장이 나병환자를 진단하고 격리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감염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병환자에 대한 목회적 돌봄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비록 나병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 살아가야 하지만, 주기적으로 나병의 경과를 살펴주는 제사장을 통하여 그가 신앙 공동체의 친교 안에 있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확인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분리가 소외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실망은 저 아홉 사람이 하나님의 자비를 경험한 이후에도 믿음 안에서 나누는 친교 바깥에 있기를 선택했다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는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화목케 하시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돌아오지 않은 아홉 사람을 안타까워하시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골 1:22 참조). 


오늘 창세기 본문은, 하나님께서 노아가 바친 번제를 받으시면서 사람의 악행으로 인해 땅을 심판하신 일을 후회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창 8:21). 노아의 자녀들과 방주에 태웠던 모든 생물들을 바깥으로 불러내시면서 다시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을 저주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시는 장면입니다(8:21-22). 왜냐하면 땅은 사람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땅은 코이노니아의 마당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 인간은 또 다시 땅을 죄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도처에서 인간의 욕망이 들끓고, 강대국은 전쟁을 일으켜 약소민족을 살육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친교를 나누어온 소중한 장소들은 폐허가 되었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생존의 문제와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처참하게 파괴된 이 친교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사라진 심판의 땅을 보시고, 다시는 사람으로 인해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하시던 하나님의 후회와 고통을 우리들도 느낄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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