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바다 가에 서서 / 2025. 11. 9. / 삼하 1:17-27; 계 14:13-15; 요 15:12-17

관리자
202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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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9일 주일예배 

창조절 열째 주일 

삼하 1:17-27; 계 14:13-15; 요 15:12-17

유리 바다 가에 서서 


길보아산 전투에 대한 두 가지 기록에서 사울 왕의 죽음은 다른 시각에서 평가됩니다(삼상 31:6; 삼하 1:10). 사무엘상에서 사울은, 블레셋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지만, 그것은 영웅답게 자신에게 정해진 길을 간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패색이 짙어져 전방에서 싸우던 부하들이 도망쳤음에도 전투를 중단시키지 않고, 자신의 아들들과 함께 죽음에 이르게 된 점도 그가 명예를 지켰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면, 사무엘하에서는, 한 아말렉 사람이 다윗에게 사울의 죽음을 알려줍니다. 창에 찔린 채 기병대에 쫓기고 있던 사울이 자신에게 목숨을 끊어달라고 부탁했고, 사울이 도저히 살 가망이 없어 보여 죽였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사울에게는 아말렉을 진멸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데, 이제는 아말렉 사람이 사울을 죽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기록은, 사울의 업적에 대한 존중과 그의 잘못에 대한 냉정한 판단 사이에 우리가 서야 할 자리가 있다고 말씀하는 듯합니다. 


다윗은 조가(弔歌)를 지어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추모했습니다(삼하 1:17). 거기서 다윗은 사울의 업적과 명예만을 높여주었습니다. 악신이 들린 사울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텐데도,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함께 읽은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 본문은, 다윗의 조가에서 두 가지 의외의 요소를 주목하게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에 대한 사랑보다 먼저 그들끼리 사랑하는 법을 배워왔다는 것과 그들이 언제나 노래를 불러왔다는 두 가지 사실을 통해서입니다. 이는 사울 왕의 죽음을, 그의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버리심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걸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가 취해야 할 말씀은, 사울의 죽음을 아말렉과 관련된 그의 잘못과 연관시키는 사무엘하의 말씀보다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그의 헌신을 통해서, 또한 사울을 허물하지 않는 다윗의 조가의 빛에서 그의 죽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가르쳐주는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사울이 자신의 아들들 그리고 부하들과 함께 전장에서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울은 많은 죄를 뉘우친 것과 진배없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요 15:13), 사울의 어수선한 삶에도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사랑은 깃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남겨진 이들에게 사랑의 기억을 반추하게 하는 요나단은 그런 사랑을 가감없이 보여준 사람입니다. 비록 사람의 공(功)과 과(過)를 전부 검토하는 사무엘기의 역사가들은 사울에 대한 평가를 한 가지로 환원시키지 않지만, 다윗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의 눈으로 본 사울을 두려워하면서도 공경했고, 이스라엘을 위한 그의 삶과 죽음을, 그리고 그의 사랑을 기억했습니다.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이르시되 그러하다 그들이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그들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계 14:13) 다윗과 이스라엘 백성은 사울이 그렇게 편안히 쉬기를 기원했을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본문에서, 마지막 재앙에 관한 말씀이 갑자기 멈춰진 건, 요한의 눈에 비친 뜻밖의 장면 때문입니다. 짐승과 우상들에 맞서 견디고 인내한 사람들이 유리 바다 가에 서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거문고를 타며, 하나님의 종의 노래, 모세와 어린 양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계 15:2-4). 하나님 안에서 살고 죽은 이들, 하나님을 위해 또한 서로를 위해 싸우고, 갖은 어려움과 두려움을 견딘 이들. 그들이 죽음을 넘은 곳에서 부르는 노래는 하나님의 진노가 다 지나간 뒤에도 이어질 노래입니다. 그때 노래하는 사람들은 사랑의 기억으로 노래할 것입니다. 죽음을 건너간 이를 허물하지 않듯이, 오직 서로의 헌신을 치하하며 고마움만 나누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이,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길을 찾는 데 빛을 비추고, 우리의 영원한 미래로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말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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