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 2025. 10. 26. / 삼상 8:1-22; 롬 7:5-13; 마 11:16-24

관리자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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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6일 주일예배 

창조절 여덟째 주일 / 종교개혁주일 

삼상 8:1-22; 롬 7:5-13; 마 11:16-24 

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라마로 사무엘을 찾아간 데에는 심각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무엘을 따라 사사가 된 그의 두 아들이 뇌물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한 일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장로들은 부패한 사사들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이스라엘에 왕을 세워 달라는 엄청난 요구를 하였습니다. 충격에 휩싸인 사무엘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으라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 내가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날부터 오늘까지 그들이 모든 행사로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김 같이 네게도 그리하는도다.”(삼상 8:7-8) 이는 오늘의 사태가 사무엘의 아들들의 뇌물 사건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래된 이스라엘 백성의 우상숭배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사 직분의 세습과 실패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로 보이는 일이,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버리려고 시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우상의 영향력을 돌아보게 합니다. 


바알이나 아스다롯 같은 이방 신들이 하나님을 버리게 만들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는 걸 무기력하게 거론하는 것이 성서의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는 사무엘서의 이야기를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의 역사에서 ‘참 하나님과 만난 이야기’라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버리려고 시도하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반역은, 하나의 종교를 원하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우상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정화(淨化)의 과정에서 보인 반발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전쟁에서 이겨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신을 원했습니다(삼상 8:20). 농사를 지으면 풍년이 들게 해주고, 사냥을 나가면 많은 것을 잡게 해주는 신이 하나님이시면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도구적 존재(deus ex machina, 신적 해결사)가 하나님이실 수는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런 신을 원할 때마다 이방의 우상들이 득세한 것은 당연합니다. 


출애굽 이래 이스라엘 백성은 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믿음을 따라 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 죄니라.”(롬 14:23)라는 문장은 사도 바울에게서 착상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만나게 됨으로써 깨닫기 시작한 신앙의 진리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는’ 백성이 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방 신들의 형상으로 하나님을 생각하는 잘못을 끝없이 반복했습니다. 사무엘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버리려고 시도한 것은 하나의 귀결일 것입니다. 마르틴 부버가 ‘신의 일식’(日蝕)이라는 말로 19-20세기 인류의 정신에 드리운 어둠을 지적한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신은 인간의 정신에서 비롯된 그림자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최종 심급이다!’ 그렇게 인간이 하나님을 버리자, 어둠이 온 세상을 삼켜버리고 맙니다. 전쟁의 세기가 되고 만 것입니다. “슬프다! 밤을 서성이고 있구나. 저승에 있는 것처럼, 신적인 것 없이 살고 있구나, 우리 세대는.”(프리드리히 횔덜린) 


횔덜린은 하나님을 가리켜 ‘신들의 신’이라고 썼습니다. 그 표현은 단순히 ‘최고의 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신들에게도 신으로 존재하는 분’을 의미합니다(마르틴 부버).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버리려고 한다는 사무엘서의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가 그와 같습니다. ‘신들에게도 신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을 다른 우상과 견주는 이스라엘은 죄를 짓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처럼 ‘하나님에 대한 종교’를 갖고 있는 유대 사람들에게 제자들을 파송하셨습니다(마 11:20). 제자들은 세례 요한과 예수님이 겪었던 것처럼 세상의 거부를 맛보게 될 테지만, 그로써 세상의 죄를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롬 7:13). 단순한 종교로 전락한 신앙을 구원하지 못하더라도 실패가 아닌 까닭은, 하나님 앞에서 그들의 죄가 죄로 드러나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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