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위선이 없나니 / 2025. 8. 10. / 레 19:9-18; 롬 12:9-21; 눅 6:32-38

관리자
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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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0일 주일예배 

성령강림 후 아홉째 주일 / 평화 ‧ 통일주일 

레 19:9-18; 롬 12:9-21; 눅 6:32-38

사랑에는 위선이 없나니 


레위기 후반부를 이루고 있는 계명 모음집은 ‘성결 법전’이라고 일컬어집니다(레 17-26장). ‘여호와께서 거룩하시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는 뜻의 말씀이 되풀이되며,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거룩함을 위한 길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성결 법전의 초반부에서는 거룩함을 위해 예배를 부정하게 만드는 요소를 피하라고 말씀합니다. 헛된 우상을 만들지 말고, 제물을 올바르게 관리하라는 요구입니다(19:3-8). 그 다음에 이어지는 계명은 바로 오늘 읽은 본문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자비와 정의를 행하고,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계명입니다(19:9-18). 이 말씀이 갖는 중요한 의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문제를 거룩함의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상숭배적인 행위를 거부하고 예배에 쓰일 제물을 올바로 관리하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일인 것처럼, 이웃에게 자비를 행하고, 정의를 행하며, 그들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한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행위와 사람에 대한 행위가 어떤 점에서는 동등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 성결 법전의 목적이며, 그 가르침의 특성입니다. 이러한 사고 위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라”(신 6:5)는 계명과 “이웃을 사랑하라”(레 19:18)는 계명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하나님과 관련된 일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문제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이스라엘 신앙의 근본적인 인식이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구약성서에서 이 두 가지 계명이 나란히 나오는 곳이 없음에도, 이 계명들을 나란히 놓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된 데에는 성결 법전의 역할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항상 이 두 가지 계명을 같이 가르치셨습니다. “첫째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며, 둘째는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막 12:30-31)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성결 법전의 공식 그대로입니다.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눅 6:36)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웃을 위한 삶을 지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성결 법전의 계명보다 더 직접적인 요구로 다가옵니다. 하나님처럼 자비로운 자가 되라는 것은 결국 이웃에 대해 자비로운 자가 되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다르게 이웃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이기적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선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면서 하나님처럼 자비로운 존재가 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교회는 자신이 추구해야 할 사랑의 의미를 예수님처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소유를 나누는 사랑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까지 용서하고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까지 요구받고 있다는 사실은 깊이 헤아리지 못한 것입니다. 그 결과 교회는 이웃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을 세상에 증언하지 못했고, 오히려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적대감을 부추기는, 자신의 본성과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함과 그분의 한없는 자비와 사랑을 본받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을 가꾸는 수행적 신앙의 길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신앙생활이 아니라, 우리 삶의 토대인 하나님의 사랑을 새롭게 발견하여 그 위에서 자신을 세우고,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이기적으로 규정한 사랑, 곧 자신에게 속한 사람만을 아끼는 위선적인 사랑을 극복해야 합니다. 악한 자라도 저주하지 말고 끝까지 선대하고, 그의 악을 악으로 되갚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에 맡기는 것입니다(롬 12:9,14,19). 그것은 악에게 지는 길이 아니라 악을 이기는 길이며, 우리 자신을 성결하게 지키는 길입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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