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유로 악을 덮어주지 마라 / 2025. 8. 3. / 잠 8:1-21; 벧전 2:11-17; 마 6:19-24

관리자
2025-08-09
조회수 144

2025년 8월 3일 주일예배 

성령강림 후 여덟째 주일 

잠 8:1-21; 벧전 2:11-17; 마 6:19-24

네 자유로 악을 덮어주지 마라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물질과 관련해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마 6:24a)고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믿는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하나님을 섬기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재물도 같이 섬기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하신 말씀입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사람은 물질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힘들여 일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밤잠 안 자고 간병하는 일을 누가 하고 싶겠어요. 매일같이 사람이 죽어나는 산업현장임에도 그런 위험한 현장에 나가 일하는 것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물질이 그렇게 중요함에도 그리스도인은 물질을 ‘섬기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잠언 지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이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면, 마치 눈을 잃은 몸으로 밤길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 개인사를 말씀드리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60년대, 국가적으로 농촌근대화운동이 한창일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촌지도자 꿈을 안고 서울에 있는 농공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기대는 금방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고민 끝에 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겨야겠는데, 문제는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큰 고민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밤이 되어 아버님 앞에 무릎 꿇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날벼락이 떨어질 것 같아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뜻밖에도 거북등처럼 갈라진 당신의 손을 펴 보이시며, ‘네가 말하는 슈바이처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그의 손도 내 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물려받은 농장도, 모아둔 재산도 없는 가난한 농부처지로 식구들 먹여 살리고, 자식들 교육시키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쉬는 날 없이 일한 손입니다. 저는 이따금 그때 아버지의 처진 어깨와 갈라터진 손 모습이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핑 돕니다. 아무리 이상이 고상해도 물질 없이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예수께서는 그걸 아시며 우리에게 ‘그럼에도’ 물질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유하는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믿는다는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오남용해서 악행을 일삼는 일을 벌이는 게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는 인류 보편의 소중한 가치이지만, 정치화 된 ‘자유주의’는 상대적입니다. 상대적인 것을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투사하면, 그런 자유주의는 세상을 약육강식의 세계로 만들어버립니다. 사도 베드로는 자유의 남용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자유하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는 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벧전 2:16). 개개인의 크고 작은 범죄 행위는 말할 것도 없지만, 패거리가 되어 나라와 공동체의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을 벌이기 때문에 하신 말씀입니다. 소위 ‘카르텔’이라는 게 그러하고, 부정부패라는 게 그런 구조 안에서 일어납니다. 법조계, 학계, 산업계, 언론계는 말할 것 없고, 종교계는 더 심각합니다. 

최근 채 해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특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목사들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몹시 분노해서 “기도해준 것밖에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자기들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은근히 정부를 겁박하기도 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기도해준 게 죄일 수는 없겠지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왜 억울한 피해자들을 찾아가서 기도해주지는 않으면서, 권력자들,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또르르 몰려가서 공적인 성격을 지닌 안수와 축복을 사적으로 행사할까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호재를 만들려는 목적이겠지요. 

예레미야는 권력자를 축복하며 권력에 기생하는 자들을 향해, “내 말을 도둑질하는 선지자들을 내가 치겠다”(렘 23:30)고 혹독한 심판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개인으로든 패거리로든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로 악행을 덮어주고 사익을 취하는 행위 자체가 죄악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유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기도가 아무리 소중해도 기도로 악행을 가려주는 일을 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만을 섬기는 하나님의 종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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