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터를 쌓는 일 / 2025. 7. 6. / 출 32:1-4; 딤전 6:6-19; 눅 16:1-13

관리자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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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6일 주일예배 

성령강림 후 넷째 주일 

출 32:1-4; 딤전 6:6-19; 눅 16:1-13

좋은 터를 쌓는 일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든 사건은, 하나님을 ‘형상’(פֶּסֶל)으로 표현하려는 유혹에 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산에 올라간 모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눈에 보이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위안을 삼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일이었습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출 20:4-5). 형상을 금지하신 까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드는 모든 형상은 피조물의 형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것을 신격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고대 사회에서는 형상 제조에 막대한 비용과 노예 노동이 투입되어야 했는데, 그것이 권력자가 가난한 이들을 착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형상을 금지하신 이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대의 제국들은 도성 인근에 채석장을 운영했습니다. 형상의 제조뿐만 아니라, 성벽의 건설과 궁전을 건축하는 데에도 많은 석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채석과 건설이 대부분 노예 노동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거대한 돌을 깨는 일도, 그것을 먼데까지 옮기는 일도 모두 노예들의 몫이었습니다. ‘형상’은 본래 목각이나 석상을 가리켰습니다만, 나중에는 금속주물상까지 가리키게 됩니다(사 40:19). 주물상의 원료인 금속의 채취에는 말할 것도 없이 더 많은 노예 노동이 투입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형상을 만드는 일이 노예 노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야말로 하나님께서 형상의 제조를 금지하신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만든 금송아지를 놓고,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출 32:4) 하고 좋아한 이스라엘 백성의 행태는,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한 처사였습니다. 


하나님께서 형상을 금지하신 이유를 고대 사회의 노예 노동에서 찾는 것은 커다란 윤리적 의의를 갖습니다. 인간의 고통과 희생을 초래하는 모든 일을 거부한다는 것은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윤리적 규준입니다. 형상을 숭배하는 것은 피조물에 대한 잘못된 신격화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도구화한다는 점에서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기준은 오늘 서신서와 복음서의 말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디모데전서와 누가복음 본문은 모두 ‘재물’에 대해 말씀하고 있는데, 재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게 한 눈에 들어옵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이처럼 재물을 경원시하는 것은 재물이 인간에 의해 쉽게 절대화되는 강력한 우상적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필요를 위해 재물을 이용하되, 그것이 우상화되지 않도록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상적 속성을 가진 재물을 통제해야 함을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주인에게 빚진 자들에게 선심을 쓰는 종이 지혜롭다는 칭찬을 듣는 까닭은, 그 종이 재물을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재물을 ‘이용한다’는 것은 재물을 ‘통제한다’는 뜻입니다. 재물을 절대화하거나 우상화하는 것과는 정반대가 되는 일입니다. 바울의 말씀도 그 결이 동일합니다. “네가 이 세대에서 부한 자들을 명하여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딤전 6:17-18) 재물을 나누어주고, 선용하는 사람은 재물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재물은 그에게 악한 힘을 쓸 수 없습니다. 오직 장래를 위해 좋은 터를 닦는 도구요, 영주할 처소를 준비하는 수단이 될 뿐입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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