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니엘을 지날 때에 / 2025. 6. 29. / 창 32:22-32; 엡 3:14-21; 마 13:44-52

관리자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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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9일 주일예배 

성령강림 후 셋째 주일 

창 32:22-32; 엡 3:14-21; 마 13:44-52

브니엘을 지날 때에 


오늘 마태복음 본문은 ‘천국’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입니다. ‘천국’이란 ‘하늘 나라’(βασιλεία τῶν οὐρανῶν)라는 말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우리 삶의 실질적인 차원을 가리키는 은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천국’이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고’,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며’, 또 ‘물고기를 모는 그물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뜻을 음미해 본다면, ‘보화’로서 천국은,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자신의 소유 전부와 맞바꾸는 것을 뜻합니다. ‘진주를 구하는 장사’로서의 천국은, 천국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천국을 소유하는 일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물’로서의 천국은, 세상이 끝날 때 하나님의 천사들이 의인 중에서 악인을 갈라내어 심판하는 일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천국이란 우리가 모든 소유를 내어주고 소명의 삶을 얻어내는 것이며, 그러한 선택이 옳았다고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국을 위해 자기의 소유를 다 판다는 말씀은, 천국이 전 재산과 맞먹는 물질적 가치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천국이 사람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천국이 물고기를 모는 그물과 같다’는 말씀도 천국의 궁극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모든 사람을 각각의 삶의 내용에 따라 구별하고 심판하는 것은 마지막 때에 있게 될 일입니다. 그러한 마지막 심판은 하나님의 행위이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그 어떤 행위와도 견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천국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가 이처럼 천국의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값진 보화나 비싼 진주가 갖는 금전적인 의미로 인해 천국의 상대적 의미만 생각하는 잘못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국은 모든 소유를 다 팔지만 더 많은 것을 얻는 일이 아니라, 모든 소유를 내어주더라도 부득불 선택해야만 하는 하나님의 일을 의미합니다. 물질적 가치로 환산될 수는 없지만, 인간에게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의미를 갖는 하나님의 일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천국입니다. 


야곱은 에서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하나님을 대면하게 됩니다. 얍복 나루에서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을 하고, 그를 축복한 분이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야곱은 그곳을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대면하였으나 자기의 생명을 보전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면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경험과 구별됩니다. ‘비교되거나 맞설 만한 것이 없다’는 ‘절대’(絶對)라는 말의 뜻처럼, 야곱은 비길 데 없는 거룩한 경험을 한 것입니다. 세상에서 상대적 가치를 절대적인 것처럼 여기고 살아온 속된 인간이 절대자인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도 생명을 보전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절대자이신 하나님이 인간과 ‘상대’(相對, 씨름)하시는 일이 야곱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도 생명을 보전한 야곱에게 이제 하나님은 전부이십니다. 야곱이 이제껏 모은 모든 소유도 하나님께는 비길 수 없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일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화운동가 송강호 목사는 해군이 구럼비 바위를 발파한지 8주기를 맞는 2020년 3월 강정 해군기지 철조망을 끊고 구럼비 바위 발파 현장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작성한 1심 재판 최후 진술문을 보면, 그가 구럼비 바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구럼비 바위는 송강호 목사가 “매일 아침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대면하는 신령한 곳” 곧 그에게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였습니다. 그것이 송강호 목사가 거듭된 구속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소유 전부를 바쳐가면서 구럼비 바위를 지키려고 한 이유입니다. 그는 신앙생활마저 효용과 이익의 여부로 판단하는 이 욕망의 시대에 자기의 소유를 다 주고 천국을 산 사람이라 할만 합니다. 천국을 본 사람, 브니엘을 지나온 사람에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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