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 / 2025. 6. 22. / 사 54:1-8; 롬 6:15-23; 눅 1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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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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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2일 주일예배 

성령강림 후 둘째 주일 / 6.25민족화해주일 

사 54:1-8; 롬 6:15-23; 눅 19:1-10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 


삭개오 이야기는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잃어버린 자’를 찾는 이야기는 누가복음뿐만 아니라 마태복음에도 나옵니다(마 10:6, 18:12-14). 다만 마태복음에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 아래 있지 않은 하나님의 백성을 두고 ‘잃어버린 양’이라고 말하고 있고, 누가복음에서는, 사회적인 죄책으로 인해 타인에게 외면당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자’라고 말씀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삭개오는 누가복음이 말씀하는 ‘잃어버린 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불의의 문제로 인해 타인과 불화하는 자, 잘못한 일을 뉘우치지 않아 용서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삭개오는 온갖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가난한 동족의 등을 쳐서 재산을 늘린 그를 싫어했습니다. 사람들은 삭개오와 관계를 맺지 않는 방법으로 그의 불의를 심판했습니다. 그런 식으로라도 삭개오를 징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교회의 태도입니다. 알량한 권세를 가지고 이웃의 재산을 빼앗고, 그것으로 호의호식하는 삭개오 같은 사람을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누가복음의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다른 사람들처럼 삭개오 같은 불의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런 사람에게는 복음을 전하지도 말고, 교회에 오지 않도록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할까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죄인이라고 해서 그를 거부한다는 것은 명백히 복음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돌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가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던 삭개오를 부르셨습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눅 19:5). 그러자 사람들이 서로 수군거렸습니다.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19:7) 왜 삭개오 같은 사람까지 포용하시느냐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잃어버린 자’를 찾는 하나님의 일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르심으로 삭개오가 변화됩니다. 그는 예수님을 기쁘게 영접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자신의 소유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속여 빼앗은 것에 대해서는 네 배로 갚아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런 행위는 타인에게 끼친 피해의 배상에 관한 가장 철저한 율법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취리히성서해설』, 128). 삭개오의 진솔한 뉘우침은 사람들이 그를 좀 더 쉽게 용서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됩니다. 죄책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듣게 된 사람이 있다면, 삭개오처럼 정직하게 뉘우쳐야 합니다. 자신의 죄책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합니다. 


강희철 씨는 조작간첩사건으로 12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1심 재판장은, 수사과정에서 강 씨가 고문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고, <영사증명통보>에 무혐의 증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강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강 씨는 자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재판장이 이제라도 ‘반성하면서 자신에게 사과를 한다면 그 사과를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받은 고통보다 “진정으로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사과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뉴스타파, 2017. 2. 16. 기사). 하지만 그 1심 재판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강 씨는 그를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묶여 있습니다. 누가복음의 관점에서 보면, 강희철 씨는 ‘잃어버린 자’가 아닙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말 못할 고초를 겪은 장본인이지만, 여기서 ‘잃어버린 자’는 따로 있습니다. 간첩사건을 조작한 수사관과 검사, 그리고 명백한 무죄 증거를 못 본 채한 1심 재판장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잃어버린 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그들을 그들의 죄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까요? 주님께서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삭개오처럼 다시 모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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