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 / 2025. 6. 1. / 욜 2:23-32; 행 2:1-13; 눅 11:5-13

관리자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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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일 주일예배 

성령강림주일 / 총회선교주일 

욜 2:23-32; 행 2:1-13; 눅 11:5-13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 


“시온의 자녀들아 너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할지어다.”(욜 2:23) 여호와의 날이 가까움을 알리는 요엘 예언자의 말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백성을 ‘시온의 자녀들’이라고 칭하는데, 시온이란 하나님의 영원한 은총을 상기시키는 단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자격이 없지만,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기억하여 그들에게 은총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말할 때 이 단어가 쓰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통해 이스라엘 땅이 풍성한 소출을 내게 해 주시고, 그 후에 하나님의 영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주실 것입니다(2:23, 28). 이 두 가지 은총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오랜 전쟁으로 이스라엘 온 땅이 황폐화되어 있었고, 무서운 고통에 백성들의 영혼도 무너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회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겠다.”(2:28)라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만민’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낱말은 ‘모든 육체’(כָּל־בָּשָׂ֔ר)를 뜻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푸줏간에 걸려 있는 고깃덩어리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백성들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성령강림절을 시작하는 우리가 유념해야 할 메시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영을 부어주시겠다고 하신 백성이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을 지지하거나, 그 희생자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영에 관해 말하는 것은 요엘 예언자의 말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 군대의 탄압과 학살이 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재점령을 공식화하고 투입 병력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내에서는 아무런 생산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인데도 구호물자 반입을 차단하고 있고, 구호단체 활동가나 언론인들의 입국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17년 이상 집권하고 있는 네타냐후 정부는 이 전쟁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고,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려고 하는 ‘시온주의 유대인들’은 이 전쟁의 강력한 지지 세력입니다. ‘시온주의’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요엘 예언자가 전하는 시온이라는 말과는 정반대되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엘 예언자보다 한 세기 앞서 활동한 아모스 예언자는 불의와 악을 행하는 자들이 ‘여호와의 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호와의 날은 하나님께서 그들처럼 악을 행하는 자들을 심판하시고, 불의에 희생된 사람들을 신원해 주시는 날인데도, 그들은 여호와의 날을 운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모스는 ‘여호와의 날’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꾸어 버립니다. “그 날은 어둠이요 빛이 아니라.”(암 5:18-19) 하고 선언한 것입니다. 요엘 예언자가 오늘의 시온주의 유대인들을 본다면 아모스와 똑같이 말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원한 은총을 뜻하는 시온이라는 은유를 전쟁과 유대주의로 바꾸어버린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전쟁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영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유대인을 위해 부르짖는 자만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를 수 있다.” 하나님의 영에 대해서도 우리는 똑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폭력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치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영을 모실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재하셨다는 사도행전의 말씀은 그 실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행 2:1-13). 제자들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끝없는 연민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고통 받는 사람에게 당신의 영을 부어 일으켜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역사가 오늘 모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나타나기를 소원합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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