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가운데서 / 2025. 4. 27. / 겔 11:14-20; 롬 6:3-14; 요 3:1-15

관리자
20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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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7일 

부활절 둘째 주일 

겔 11:14-20; 롬 6:3-14; 요 3:1-15 

새 생명 가운데서 


예루살렘 주민들은 이방 땅으로 쫓겨났던 옛 주민들이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너희는 여호와에게서 멀리 떠나라 이 땅은 우리에게 주어 기업이 되게 하신 것이라.”(겔 11:15) 그들이 옛 주민들에게 한 이 말에는 매우 나쁜 의도가 들어 있었습니다. 옛 주민들이 쫓겨난 후에 자신들이 차지하게 된 땅의 소유권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속셈이 있었던 것입니다. 쫓겨났던 주민들이 이방 땅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예루살렘의 성소를 지킨 것은 자신들이었으며, 그것은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땅을 자신들에게 기업으로 주신 것을 증명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그들의 말을 반박하게 하셨습니다. “내가 비록 그들을 멀리 이방인 가운데로 쫓아내어 여러 나라에 흩었으나 그들이 도달한 나라들에서 내가 잠깐 그들에게 성소가 되리라.”(11:16) 


하나님께서 옛 주민들을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신 데에는 타락한 예루살렘을 정화하시려는 뜻이 있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동포를 막아서고, 땅의 소유권을 독차지하려고 술수를 부리는 예루살렘 주민들의 행태는, 그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우상을 들여 놓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우러르고, 서로 섬기고 보살펴주는 일이 가득해야 할 예루살렘이 탐욕으로 들끓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내쫓아 더 이상 예루살렘 땅을 부정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려 하신 것입니다. “그들이 그리로 가서 그 가운데의 모든 미운 물건과 모든 가증한 것을 제거하여 버릴지라.”(11:18) 


하나님의 심판으로 쫓겨났던 옛 주민들이 오늘의 부패한 예루살렘을 정화하도록 소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심판이 그 백성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을 진노하시게 했던 옛 예루살렘 주민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통해 새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땅을 죄로 물들였던 부정한 사람들이, 이제는 그 땅에서 죄악을 몰아내는 깨끗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과 이방 땅에서의 고된 연단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 옛 주민들에게 땅을 내어주고 쫓겨나게 될 그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 땅을 정화할 자들이 되어 돌아오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은혜를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의례는 세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외아들에게 지워 십자가에서 심판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우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입니다. 그런데, 그 심판을 통해 우리는 죄의 용서를 받게 되었고, 하나님의 은혜로 깨끗하게 씻음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례에서 그와 같은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을 함께 되새깁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라.”(롬 6:6-7) 


고대 교회에서는 세례자 심사에서부터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게 해주는 과정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의 교부 시릴이 주재한 세례자 공개 심사 장면이 전해집니다. “그가 선한 삶을 사는가? 그가 자신의 부모를 공경하는가? 술주정뱅이인가 아니면 허풍선이인가?” 지원자에 대한 이웃들의 증언에 문제가 없으면 지원자는 세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거부당했습니다. “떠나시오!” 그러한 공개 심사는 세례 지원자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의 엄중함을 깨닫게 했습니다. 지원자는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고 나서야 세례 교육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심판을 통하여 구원에 이르는 세례의 상징적 계기를 통하여 세례 지원자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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