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 깨끗하도록 / 2025. 3. 30. / 사 30:8-18; 계 3:1-6; 마 23:13-28

관리자
2025-04-05
조회수 10

2025년 3월 30일 주일예배 

사순절 넷째 주일 

사 30:8-18; 계 3:1-6; 마 23:13-28

겉과 속이 다 깨끗하도록 


오늘 성서 본문에는 심판의 말씀을 마주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사야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 예수님 앞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 그리고 사데 교회의 성도들입니다. 이들에게 들려진 말씀은 각각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뚜렷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사실을 문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데 교회를 향한 말씀을 그 요지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3:1) 선민으로서 이스라엘 백성이, 말씀을 맡은 서기관과 바리새인이, 복음을 받은 성도들이 그들의 이름, 그들이 맡은 직분에 합당하지 못한 존재들이라고 하는 뼈아픈 말씀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평온이나 안정감을 살아 있음의 징표로 삼은 사람들은 이 말씀 앞에서 자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추락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2년째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로 규정되었습니다. 무도한 대통령과 소수의 추종 세력이 백주에 내란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선진국이라는 이름은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태의 중심에는 오만한 대통령과 부패한 기득권층이 있습니다. 다수의 국민들은 그들을 지지했고, 공동체를 위한 필수적인 직분을 담당하는 자로 여겨 존중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과 그 본모습은 판이했습니다. 대통령의 본심은 내란을 통한 영구 집권에 있었고, 그 추종 세력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질서와 상식조차 허물어뜨리는 사람들밖엔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를 잘 보여주는 성서적 사례가 바리새인과 서기관의 위선입니다. 그들이 존재와 직분의 불일치 문제를 방치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 사정은 주님의 말씀에서 자세히 살필 수 있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게 하는도다 […] 너는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 […]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 […] 겉으로는 사람에게 옳게 보이되 안으로는 외식과 불법이 가득하도다.”(마 23:25-28)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공동체가 받아들인 도덕적 기준을 옹호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겪는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합니다. 하나님의 자비와 위로가 그들의 존재와 사역을 통해 드러날 때 그들의 직무는 온전히 실현됩니다. 이런 까닭에 서기관과 바리새인은 존재와 직분의 일치라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됩니다. 존재와 직분의 불일치는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 파급력을 갖습니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도, 병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자신의 직분에 합당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직분은 호칭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직분에는 하나님의 소명이 있으며, 공동체를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통령과 사회 지도층이 그들의 직분에 담긴 소명을 저버린 결과를 아프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 정도를 걸으며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사로운 이익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겉으로는 공동체의 안녕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사익을 탐한 그들의 위선은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과 불신과 폭력이 난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수습하는 길은 겉과 속을 똑같이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정직하게 자기가 맡은 직분의 의미를 실현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겉과 속이 다 깨끗한 사람들이 떠받치는 공동체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계 3:4).


(오호영 목사) 

0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5.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5.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