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행위를 본받지 말라 / 2025. 3. 23. / 전 9:11-18; 고후 11:19-30; 마 23:1-12

관리자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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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3일 주일예배 

사순절 셋째 주일 

전 9:11-18; 고후 11:19-30; 마 23:1-12

그들의 행위를 본받지 말라 


‘발 빠른 사람이 달리기에서 이기고, 용맹한 군인들이 전쟁에서 이긴다’고 하는 것은 규범적 지혜입니다. ‘명철한 사람이 재물을 잘 모으고, 지식을 가진 사람은 잘 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반성적 지혜는 그러한 규범적 지혜가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춥니다. “내가 다시 해 아래에서 보니,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명철자들이라고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인들이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전 9:11) 즉, 사람의 계획이나 예상을 깨트리는 일이 발생할 때 규범적 지혜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규범적 지혜에 의거한 삶의 방식만을 고수합니다. 힘과 능력이 무색해진 상황을 경험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힘과 능력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전도자는 가난한 지혜자를 멸시하는 세태를 들어 반성적 지혜를 찾지 않은 사람들을 일깨우려 합니다. 어느 성읍이 큰 임금의 군대에 공격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읍의 주민들에게는 그 군대를 막아낼 힘이 없었습니다. 그때 한 가난한 지혜자가 나서서 그 임금과 협상을 하여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의 지혜가 성읍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성읍의 주민들은 그 지혜자를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지혜가 힘보다 나음에도’ 그 사람의 지혜를 멸시했고, 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9:16). 전도서가 쓰인 기원전 200년경 이스라엘은 왕정 체제의 폐해와 중동 강대국들의 패권적 제국주의의 악한 결말을 몸소 겪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맹목성은 여전했습니다.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힘으로는 성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힘만을 숭상한 것입니다. 이러한 맹목성은 반성적 지혜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습니다. 


“너희는 지혜로운 자로서 어리석은 자들을 기쁘게 용납하는구나 누가 너희를 종으로 삼거나 잡아먹거나 빼앗거나 스스로 높이거나 뺨을 칠지라도 너희가 용납하는도다.”(고후 11:19-20)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한 이 말씀은 신앙의 맹목성을 경고합니다. 고린도 교인들은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를 용납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유를 빼앗고 폭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짓을 일삼는데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순종의 미덕이라고 여겼을는지 모르지만, 실상은 맹신이며 맹종에 불과하다는 게 바울의 판단입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가르치는 율법은 지켜도, 그들의 행위는 본받지 말라고 말씀하신 예수님 말씀의 뜻도 그와 같습니다(마 23:1-2). 교직의 권위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사이비가 되고 전체주의와 파시즘의 도구가 되고 말 것입니다. 


1‧2차 세계대전기와 전쟁 직후 유럽의 개신교 안에서는 많은 수도원들이 생겨났습니다. 무너진 세계 가운데서 하나님의 사랑을 자신의 존재와 삶으로 증언하려는 열망을 가진 이들이 공동체를 이룬 것입니다. 그들은 보통 세 가지 서약을 통해 수도원에 입회를 하게 됩니다. 사유재산을 포기하는 가난의 서약과 독신생활의 서약, 그리고 복음과 수도원 원장에 대한 순종의 서약이 그것입니다. ‘샤론의 언약’(Saronsbund)이라는 스위스의 한 여성 수도회는 그 중 세 번째 서약을 남다르게 표현합니다. ‘판단력이 있는’ 순종, ‘성숙한’ 순종’(mündiger Gehorsam)이라고 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순종이 맹목적 순종이어서는 안 된다는 걸 표명한 것입니다. 과거 무조건적 복종을 강요하는 전체주의 정치 체제의 압력과 이해관계에 편승한 교회 지도부의 복종의 요구를 따른 결과로 교회의 기초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한 데서 얻은 한 반성적 지혜라고 하겠습니다. 


맹목은 악의 징후입니다.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불의하고 어리석은 지도자들을 결단코 물리치십시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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