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값을 주고 사리라 / 2025. 3. 2. / 삼하 24:18-25; 행 4:32-5:11; 눅 14:25-35

관리자
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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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일 주일예배 

주현절 여덟째 주일 

삼하 24:18-25; 행 4:32-5:11; 눅 14:25-35 

내가 값을 주고 사리라 


다윗이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에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자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리던 재앙이 그칩니다(삼하 24:25). 이 재앙은 다윗이 실시한 인구조사가 발단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앞선 하나님의 진노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종의 이유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진노하셨고, 그들을 치시려고 다윗의 마음을 격동시키셨다는 게 이 이야기의 첫 문장입니다(24:1). 그런데, 인구조사를 한 일에 대해 다윗이 크게 자책하며 뉘우칩니다. “내가 이 일을 행함으로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여호와여 이제 간구하옵나니 종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내가 심히 미련하게 행하였나이다.”(24:10) 하지만 다윗으로 하여금 인구를 조사하게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다윗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그 때문입니다. 한 성서학자(그레임 올드)는 이 일을 두고 ‘하나님의 함정 수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윗을 격동시키셔서 인구조사를 하게 하신 분도, 백성에게 징벌을 내리신 분도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 명백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 징벌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맞닥뜨리게 되지만,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만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백성에게 내릴 재앙을 선택하라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다윗은 사람의 손보다는 하나님의 손에 빠지겠다고 대답합니다(24:14). 그러자 단과 브엘세바 지역에 전염병이 생겨 칠만 명이 죽게 됩니다. 그 전염병이 예루살렘에 번질 무렵 사무엘서는 뜻밖의 장면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천사가 예루살렘을 향하여 손을 들고 그곳의 주민을 멸하려고 하는 모습과 하나님께서 재앙을 내리신 것을 “뉘우치시고” 그 천사에게 손을 거두도록 말씀하신 것입니다(24:16). 그때 그 천사가 서 있던 장소가 바로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은 예루살렘에서 처음으로 예배가 드려진 장소가 되고, 훗날 그 자리에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집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멸하는 하나님의 천사가 서 있던 장소가 이스라엘 백성의 삶의 중심이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사무엘서가 말씀하려는 것인지 모릅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혹은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이 움직여가신 일이라는 걸 말입니다. 


사도행전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바로 그러한 곳이라는 걸 가르쳐주는 이야기입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가 땅을 팔아 받은 돈 일부를 감추어놓았다는 건 기본적으로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 교회에서 성도들이 모든 물건을 함께 나누어 썼다는 것은 사유 재산을 강제로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마음대로’ 자기 것을 가질 수 있었고, 다른 사람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행 5:4 참조). 바나바는 그 점에 있어서 큰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니니아 부부의 잘못은 땅을 팔아 받은 돈 전부를 교회에 희사했다고 말하여 ‘하나님을 속이려 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베드로가 아나니아에게 한 말이 바로 그 지점을 짚어줍니다. “어찌하여 이 일을 네 마음에 두었느냐 사람에게 거짓말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로다.”(5:3-4) 교회가 하나님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겉으로 볼 때 다윗이나 사도 같은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영이 움직여간 사람들일 따름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집입니다. 다윗과 아라우나가, 또한 사도들과 바나바와 온 성도들이 자기 소유뿐 아니라 삶을 바쳐서 섬기는 까닭은 그것밖엔 없습니다. 


사익과 욕망을 위해 교회의 이름을 파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도 없고, 자기 소유를 드림도 없고, 이웃을 위한 나눔도 없이 선동의 고함만이 가득한 집회를 교회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 교회(εκκλησια)라는 말의 무게를 압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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