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 2025. 2. 23. / 수 1:1-9; 고전 10:1-13; 눅 9:5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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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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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3일 주일예배 

주현절 일곱째 주일 

수 1:1-9; 고전 10:1-13; 눅 9:57-62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유대교 전통에서 여호수아서는 그 뒤에 나오는 사사기, 사무엘기, 열왕기와 함께 전기예언서로 일컬어집니다.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에스겔서, 그리고 열두 소예언서는 후기예언서로 분류하여 이 책들을 한데 묶어 예언서(느비임, נְבִיאִים)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히브리어에서 예언자란 말은 ‘나비’(נָבִיא)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부르다’(to call)라는 뜻의 아카드어 ‘나부’(nabû)와 연결되어 있습니다(송민원, 『히브리어의 시간』, 122). 예언자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자’를 뜻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에게 임했다”라는 표현이 예언자의 정체성을 나타내는데, 그 표현이 여호수아서에서 여러 차례 나타납니다.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 여호와께서 모세의 수종자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수 1:1, 4:1, 4:15, 20:1, 24:2 참조). 그러므로 여호수아도 ‘예언자’(豫言者)입니다. 


여호수아를 예언자로 볼 때 그가 받은 특별한 소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를 율법책에 비끌어매시는 모습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입니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1:8) 하나님의 영에 감동되어 환상과 비전을 보고 증언하기보다는 문자로 기록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도록 부르신 예언자가 여호수아 말고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는 성서와 예언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게 하는 특별한 예언자입니다. 


성서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건네집니다. 예언자 여호수아가 바로 그 사실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그런 예언에 대해 말씀한 바가 있습니다. “사랑을 추구하며 신령한 것들을 사모하되 특별히 예언을 하려고 하라.”(고전 14:1) 여기서 예언이란 사랑에서 우러나와서 덕을 세우는 말, 권면하며 위로하는 말을 의미합니다(14:3). 오늘 고린도전서에서 읽은 바울의 말씀이 그러한 종류의 예언에 해당합니다. 그는 출애굽 사건을 세례로, 광야에서 하나님이 주신 음식과 물을 먹은 것을 성만찬으로 해석합니다. 과거에 기록된 말씀을 ‘현실화’해낸 것입니다(10:11). 이 역동적 과정에서 하나님의 계시가 새롭게 실재가 됩니다. 


한 유대교 주석가는 여호수아서 1장의 요점을 전도서 12장 4절을 통해 해석합니다(귄터 스템베르거, 『미드라쉬』, 223-224). “길거리 문들이 닫혀질 것이며 맷돌 소리가 적어질 것이며.”(전 12:4) 그는 이 구절에서 ‘길거리 문들’은 ‘엘나단 집의 구리문’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왕하 24:8 참조). 엘나단의 딸은 유다의 마지막 임금 여호야긴의 어머니였습니다. 본래 엘나단의 집은 손님을 특별히 잘 대접한다고 알려졌는데 이제 그 문이 닫혔으니 유다 왕국의 종말을 예고한 것입니다. “맷돌 소리가 적어진” 것은 사람들이 율법 공부를 게을리했기 때문입니다. 예부터 이스라엘에서는 밤낮없이 들리는 소리가 두 가지 있습니다. 맷돌로 곡식을 가는 소리와 율법을 낭독하는 소리입니다. 그 소리가 적어졌을 때 유다 나라는 힘을 잃었고 망했습니다. 주석가는 이 해석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권면합니다. “율법의 말씀은 맷돌에 비할 수 있다. 맷돌이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는 것과 같이 율법의 말씀도 그러하다. 이에 대하여 성서에서 이렇게 이른다. ‘너는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라.’”(수 1:8)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 앞에서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맷돌 소리가 적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나로 먼저 가서 내 아버지를 장사하게 허락하옵소서 […] 내가 주를 따르겠나이다마는 나로 먼저 내 가족을 작별하게 허락하소서.”(눅9:59, 61) 


하나님의 백성에게서 말씀을 읽는 맷돌 소리가 들리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습니다. 맷돌을 돌리면 먹을 것이 생기고 가족을 잘 건사할 수 있습니다. 맷돌을 꾸준히 돌리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생기고 사람들의 형편이 좋아집니다. 주야로 성서를 읽는 사람의 사정이 바로 그와 같습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할 것입니다(수 1:8, 시1:3).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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