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담아다가 쏟으매 / 2025. 2.9. / 렘 23:23-32; 계 8:1-5; 눅 12:49-59

관리자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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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9일 주일예배 

주현절 다섯째 주일 

렘 23:23-32; 계 8:1-5; 눅 12:49-59

불을 담아다가 쏟으매 


하나님은 ‘불’ 같은 당신의 말씀을 잘못 다루는 선지자들을 꾸짖으십니다(렘 23:29). 그들은 예루살렘의 정통 선지자들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예언은 죄다 자기가 꾼 꿈에 대한 해몽이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어낸 간교한 말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다’라며 형식은 갖추었지만, 그들의 예언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뜻을 어긴 나라들을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시는” 말씀입니다(1:10). 그러나 그 선지자들은 그 백성들과 나라들을 향해 평화의 약속을 주었습니다(28:9).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예언을 이렇게 평가하십니다. “그들은 간음을 행하며 거짓을 말하며 악을 행하는 자의 손을 강하게 하여 사람으로 그 악에서 돌이킴이 없게 하였은즉.”(23:14) 횃불을 당겨서 불의로 쌓아올린 집과 회당에 불을 지르고, 불의한 자들이 활보하는 길을 태우라고 했더니, 그 불을 안전하게 그들의 손에다 들려준 격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불’ 같은 말씀이 떨어지는 대도 아무런 감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합니다(눅 12:52-53).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안정성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을 한 가족에 빗대어 꾸짖으신 말씀입니다. 특별히 지적하시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분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판단해주려니 하는 생각으로, 혹은 자신에게 손해와 불편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의와 불의를 분간하는 일을 멀찍이 미루어 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지켜지는 건 그들의 평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불의가 가려질 뿐입니다. 불의를 못 본 체하면서 하는 모든 말과 행위는 거짓이 되고, 위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고발당할 때가 온다고 경고하시고, 재판장 앞에 서기 전에 화해하도록 힘써야 할 거라고 말씀합니다(눅 12:58-59). 여기서 ‘화해한다’는 말은 고발의 사유를 해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원문(δὸς ἐργασίαν)대로 하면 ‘너의 진실함, 너의 열심, 혹은 너의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give earnestness)는 뜻입니다. ‘시대를 분간하고, 진실을 위해 복무하겠다’, ‘예수님의 불이 내 속에서도 타오르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 불을 품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한 채 그대로 법정에 가면 절대로 승소할 수 없습니다. 재판장은 그를 옥졸에 넘겨주고, 옥졸은 그를 옥에 가둘 것입니다. 그 재판정은 역사의 법정이며, 하나님의 심판정을 의미합니다. 


1938년 3월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대교 사상가 아브라함 헤셸은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정의를 위해서 싸우지 않는 그 세대가 치러야 할 대가를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독재가 우리의 양심을 위한 알리바이가 되지 않도록 하자. 우리는 옳은 것과 정의와 선한 것을 ‘위해서’ 싸우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잘못된 것과 불의와 악에 ‘맞서서’ 싸워야만 한다. 우리는 평화의 제단에 제물을 드리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전쟁의 제단에 제물을 바쳐야만 한다.”(『하느님을 찾는 사람』, 한국기독교연구소, 263) 이러한 헤셸의 호소는 역사의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에서 보좌 앞 제단의 불을 담아 땅에 쏟는 천사들은 ‘금 향로’ 사용하였습니다(계 8:3). 그 향로의 용도는 불을 담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 향로는 천사들이 향을 받아다 “모든 성도의 기도를 한데 합하여”(ταῖς προσευχαῖς τῶν ἁγίων, with the prayers of the saints) 보좌 앞 금 제단에 바칠 때도 사용됩니다. “모든 성도의 기도”,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성인들(ἁγίως, 聖人)의 기도”가 그 향로에 담깁니다. 성인들은 하나님 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살다간 사람들입니다. 거짓을 거부하고 오직 진리를 위해 온 삶을 희생한 이들입니다. 세상에 쏟아지는 하나님의 불과 세상을 위한 성인들의 기도가 한 향로에 담깁니다. 이것은 거룩한 순환의 상징입니다. 우리의 기도와 말에도 하나님의 불이 담기기를 소망합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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