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2025. 1. 12. / 신 11:26-32; 고전 13:1-13; 마 5:1-12

관리자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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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2일 주일예배 

주현절 첫째 주일 

신 11:26-32; 고전 13:1-13; 마 5:1-12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지난 12월6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2024 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그 중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에서는 개신교인의 50.5%가 기독교(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부패(32%)와 사회적 책임의 결여(16.8%)가 가장 큰 응답 비율을 보였습니다. 한편, 좋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는 경건한 예배와 묵상(39.2%), 그리고 봉사와 구제(25.9%)를 꼽았습니다. 사실 경건한 예배와 사랑의 실천이 조화된 교회는 교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입니다. 그것은 교회가 모르는 새로운 교회 형태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그와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은 교회가 자신의 본래적 정체성에 대한 역사와 전통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산 위로 올라가셔서 제자들에게 따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마 5:1-2).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의 가르침을 증언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증언(martyria)이란 입으로만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말씀을 수행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산상설교의 일차적 수행자’로 부르신 것입니다(울리히 루츠). 이러한 사실은 산상설교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상적으로 강조됩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7:26-27) 


바울의 본문에서도 그와 동일한 강조점이 나타나 있습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고전 13:1) 여기서 바울이 말하는 사랑은 입으로 하는 온갖 방언과 천사 같은 말에 대비된다는 점에서 행위로서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울이 사랑을 행위로만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사랑은 행위를 초월합니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13:3) 그럼에도 바울의 말에는, 사랑을 행위로 보게 해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5절과 6절 그러합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13:5-6) 불의와 맞서는 것 곧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말씀한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산상설교와 사랑에 관한 바울의 가르침에는 행위를 추동하는 요소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19-20세기는 교회가 사회적 지향과 실천의 의의를 깊이 체득한 시대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곁에 서서 그들의 존엄성을 위해 일하는 민중교회 운동이 일어났고, 개신교의 본산인 독일에서는 가난과 질병뿐 아니라 자본주의적 기업가들에 의한 노동 착취 등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사회적 개신교(Der sozialer Protestantismus)로 교회의 체제를 전환하려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운동은 독일 개신교가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데 심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독일 개신교는 폭넓게 사회선교를 수행하면서 사회적으로 대단한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와 신학을 통해 교회의 필수 요소로 삼아온 예배(liturgia)와 증언(martyria), 친교(koinonia)와 봉사(diakonia)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신앙의 사회적 의미를 실현하려는 지향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점이 독일 개신교인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영성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염려와 연대, 사회적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통해 복음의 권고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믿는 바를 행위로 옮기지 않으면 유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행위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우리 안에서 힘 있게 솟아나길 기도합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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