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구하시리라 하라 / 2024. 12. 22. / 사 35:1-10; 벧전 1:22-2:3; 막 9:33-37

관리자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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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2일 주일예배 

대림절 넷째 주일 

사 35:1-10; 벧전 1:22-2:3; 막 9:33-37 

너희를 구하시리라 하라 


오늘 이사야 35장은 광야와 메마른 땅과 사막의 회복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을 말씀합니다(사 35:1-2 참조). 4절에서는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너희 하나님이 오사 보복하시며 갚아 주실 것이라 하나님이 오사 너희를 구하시리라 하라.”라며 말씀 전달의 사명을 부여합니다(35:4). 여기서 하나님의 행위를 묘사하는 말로 ‘보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로 앞장인 이사야 34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야 34장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심판에 대한 말씀이 겹쳐져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열방을 향한 전 세계적인 심판에 대해서 말씀하고(34:2-4), 다른 한편으로는 에돔에 대한 심판을 말씀하고 있습니다(34:5 이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하나님의 진노가 “그들의 만군을” 향한다는 2절 말씀에 있습니다. ‘만군’이란 말 그대로 ‘모든 군대’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구원 행위로서 진노와 보복의 대상이 민족들의 군대라는 사실이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보복으로 묘사된 살육도 그 군대들이 온 땅에서 자행한 전쟁범죄를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하나님의 보복과 구원이 군대의 범죄에 대한 심판을 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군대의 폭력에 파괴된 땅의 회복과 국가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신원에 관한 약속이 이사야 34-35장이 말씀하는 하나님 구원의 내용입니다. 


요사이 우리 국민들은 군사 독재 시대에 경험한 군대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내란사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 군대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소수의 군인 관료와 함께 일으킨 이번 내란은 민주주의 역사의 아이러니로 기록될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성서 말씀에 비추어, 이번 내란사태를 비롯한 군대 폭력의 원인 한 가지를 헤아려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마가복음에서 제자들이 길에서 다툰 것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불러 그 까닭을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서로 누가 큰지를 놓고 다툰 것이기에 수치심으로 인해 말을 못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자들이 “잠잠했다”는 사실은 더 심각한 차원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 앞에 모인 그 순간까지도 서로 싸우게 만든 지배욕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그냥 잠잠히 있었던 게 아니라, 남을 굴복시키고 싶은 욕망의 발톱을 숨긴 채 도사리고 있었던 것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사실인즉, 지배욕에 사로잡힌 자들은 온 세상의 지탄에도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끝까지 지배욕을 실현할 생각뿐입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뭇 사람의 끝이 되고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그들 귀에 들리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막 9:35). 또한 예수님께서 한 어린 아이를 안아주시며, 어린 아이를 영접하는 일이 하나님을 영접하는 일이 된다고 말씀하신 것도 지배욕에 사로잡힌 제자들의 폭력성에서 그 아이를 보호하시려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9:37). 이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와서 내란 세력 진압을 외치는 많은 시민들이 권력자의 광기 앞에서 어린 자녀들을 지키려는 동기를 가진 데서도 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제자들 사이에 권력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은 교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립니다. 교회 구성원들의 상호관계는 어떤 경우에도 지배체제(hierarchy)로 형성되어서는 안 됩니다. 상호 섬김의 정신에 바탕을 두지 않은 모든 관계는 교회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것입니다. 지배욕은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폭력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려는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더 강한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을 통해 찾아옵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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