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실 길을 / 2024. 12. 1. / 말 3:1-7; 계 3:14-22; 눅 3:1-17

관리자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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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일 주일예배 

대림절 첫째 주일 

말 3:1-7; 계 3:14-22; 눅 3:1-17

그분이 오실 길을 


우리는 마음속 깊이 ‘하나님을 뵙고 싶다’는 갈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뵙는다는 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성서에는 하나님을 뵙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를 깨우쳐 주는 말씀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예언자 아모스는 하나님께서 오시는 날을 사모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선포했습니다. “여호와의 날을 사모하는 자여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날을 사모하느냐 그 날은 어둠이요 빛이 아니라.”(암 5:18) 여호와의 날을 구원의 날로 여겨 사모하며 기다리고 있지만, 그 날은 구원의 날이 아니라 심판의 날이라는 사실을 말씀한 것입니다. 오늘 말라기서 본문의 메시지도 그와 같습니다. “그가 임하시는 날을 누가 능히 당하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능히 서리요.”(말 3:2) 하나님의 날이 심판의 날인 까닭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불의 때문입니다. 


말라기서가 지적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불의는 그들이 온전치 않은 봉헌물을 제단에 바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품꾼의 삯을 갈취한 것이나 과부와 고아에게 갈취한 것으로 예물을 삼았고, 눈멀고 병들어 가치가 없는 짐승을 희생제물로 바쳤습니다(1:8-9). 이런 일은 하나님을 만홀히 여긴 것일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악을 행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오시는 날이 심판의 날이 되는 건 당연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금을 제련하는 자의 뜨거운 불처럼, 직물을 표백시키는 잿물처럼 임하셔서 그들을 정화하실 것입니다(3:2). 불순물이 낀 금처럼 추한 탐욕의 사람들, 불의의 더러운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는 사람들은 그날 시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대림절의 시작일에 이런 말씀이 주어진 이유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준비 없이 주님의 날을 맞는 일이 없도록 우리가 함께 돌아봐야 할 일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누가복음은 세례 요한의 사역을 기록합니다. 사람들이 요단 강으로 요한을 찾아와서 죄를 자복하는 장면입니다. 특히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백성을 착취했던 세리와 군인들이 세례 요한에게 회개의 길을 묻습니다. 광야로 물러나 하나님의 날만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세례 요한의 권고를 그들은 달게 듣습니다.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 힘없는 사람을 강탈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눅 3:13-14) 그런데 이런 말씀들은 그들도 이따금 생각해온 바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례 요한의 육성에 실린 무게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그 일들을 행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오고 있는 주님의 날이 심판의 날이라는 사실을 선포했습니다.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3:16-17) 우리가 대림절에 느끼는 설레임은 아직은 이와 같은 말씀을 통해 다스려져야 합니다. 


은혜로운 대림절에 심판의 말씀을 듣는 일이 낯설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심판의 말씀 속에 주님의 은혜로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날을 구원의 날로 맞이하게 하시려고 주님께서 우리 삶의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습니다.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은 읽는 사람을 물어뜯고 찌르는 책, 오직 그런 책만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야.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주먹으로 머리통을 한 대 후려쳐서 우리를 깨어나게 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걸 읽는단 말인가?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 같아야 하네.”(1904년 1월 27일) 참으로 그런 책이라야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세례 요한의 불같은 설교, 아모스와 말라기의 뼈아픈 질책이 지금 우리에게 그런 책입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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