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마음을 새롭게 / 2024. 11. 24. / 신 26:1-11; 롬 12:1-8; 막 6:30-44

관리자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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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주일예배 

창조절 열셋째 주일 

신 26:1-11; 롬 12:1-8; 막 6:30-44

오직 마음을 새롭게 


오늘 마가복음 본문 바로 앞에는 제자들의 선교로 예수님의 이름이 헤롯 왕에게 알려졌다는 기록이 나옵니다(막 6:14). 예수님께서 파송한 제자들은 사람들을 가르쳤고, 귀신을 쫓아냈으며, 기름을 발라 병든 사람을 고쳐 주었습니다. 이 일이 헤롯으로 하여금 예수님에 대한 우려를 갖게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백성을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헤롯 왕의 관심이 백성들을 보살피는 데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온 그 백성들을 “목자 없는 양 같이”(6:34) 여기셨는데, 당시 ‘목자’란 백성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가난하고 병들어 힘겹게 살아가면서 목자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도와주고 치료해주는 예수님을 따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점에서 제자들의 선교 활동과 그 결과를 보고 하는 오늘 본문 사이에 헤롯 왕의 이야기를 끼워 넣은 마가복음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직접 산촌을 돌며 백성들을 만나주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을 보내어 백성을 돌보게 하시는 예수님과 궁궐에 앉아 자기 안위만 지키는 헤롯 왕을 대조시키는 것입니다. 마가복음이 가진 사회비판적 관점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한적한 곳을 찾아서 배를 띄운 예수님 일행을 놓칠세라, 사람들은 강가로 멀리 돌아와서 예수님의 배를 기다렸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은 그 사람들의 면면이나 상황보다는 거기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행위에 초점을 맞춥니다. 날이 저물어가니 사람들을 해산시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자들의 기별에 예수님은 직접 음식을 주도록 하십니다(6:37). 제자들에게 음식을 찾아보게 하시고, 그렇게 모아온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공손히 받으십니다. 그 음식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하시는 예수님의 행위를 보면, 예수님은 그 식사를 리추얼(ritual)로 만들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리추얼이란 의례(儀禮)를 뜻하며, 어떤 일을 아무렇게나 행하지 않고 상징적인 법식으로 주의 깊게 수행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무리지어 앉히도록 하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종일토록 종종걸음으로 다니던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은 까닭에 저 앞에서 자신들을 마주하고 서 계신 예수님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 마음에도 쉼을 얻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들 모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시려 한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예수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떡과 물고기를 가지고 축사를 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그것을 나눠주도록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충분한 음식을 받았고, 모두 배부르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행위로 그 식사는 의례가 되었으며, 식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 끼를 떼우는 것 이상의 신령한 감동과 충만케 됨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리추얼이란 말은 라틴어 ‘렐레게레’(relegere)라는 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렐레게레는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과 ‘다시 이어준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 베풀어주신 이 식사는 사람들에게 ‘목자의 주의 깊은 돌봄’을 경험하게 해주고, 진정한 목자이신 하나님과 그들을 ‘다시 연결해주는 매개‘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종교(Religion)라는 말도 ‘렐레게레’에서 나온 말입니다.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하나님과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데’에 종교의 본령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사람을 업신여기고, 삶을 파괴하는 이 전쟁의 시대에 예수님이 행하신 리추얼의 의미가 더욱 귀하게 여겨집니다. 토지 소산의 맏물을 하나님의 제단에 바치는 법식을 가르치는 모세의 말씀(신 26:1-11)과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영적 예배를 드리라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롬 12:1-2)도 같은 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오호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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