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지 않으려거든 차지하지 말라(사5:1-7; 빌4:4-9; 마21:3-43 / 2001.10.21)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5.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03381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로 44-2 (녹번동)
연락처 : 02-386-6257 │이메일 : samilchprok@gmail.com
Copyright 2025. 삼일교회 all rights reserved.
예수께서 들려주신 포도원 농부의 비유는 명백한 의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를 세밀히 묘사해보면 문제의 본질이 더욱 분명 해집니다. 포도원은 이스라엘 백성이고,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농부들은 이스라엘 종교지도자들이고, 파송된 종들은 예언자들 그리고 살해된 주인의 아들은 예수 자신입니다. 이 생생한 이야기는 바로 예수 자신의 운명이며, 이스라엘의 운명입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이 저지를 끔찍한 일도 알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 가운데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허상과 야만성과 무지몽매함을 봅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 속에 침투되어 있는 허상과 무지몽매함을 보게 합니다.
포도원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는 농부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포도원 관리를 맡기고는 떠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농부들은 그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해 무례한 일을 거듭 저지릅니다. 두려운 줄 모르고, 뉘우칠 줄 모르는 농부들은 마침내 주인의 아들을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데까지 간 것입니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전개하신 예수께서는 이 악한 농부들의 결말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의 나라를 너희는 빼앗기고 그 나라의 열매를 맺는 백성이 받으리라"(마21:43). 하나님의 심판은 '위탁의 회수'라는 최후 통첩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지닌 강력한 메시지를 봅니다. 첫째, 하나님의 나라는 '위탁'된 나라입니다. 위탁받은 사람들은 관리를 책임지고 가꾸는 소임을 지니게 됩니다. 둘째, 관리를 위탁받은 자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심판이 따르는데, 그것은 위탁의 '회수'로 나타납니다. 불행하게도 포도원 농부들은 포도원을 기름지게 가꿀 생각은 안하고 소유하려고만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가 그러합니다.
이 포도원 농부들의 행태는 오늘날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매사를 섬기고 가꾸는 일보다는, 소유하고 지배하는 데 더 집착합니다. 소유의 확장과 지배력만을 위해서 '자리'를 탐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자꾸만 포도원 울타리를 넓힘으로써 자신의 지배 영역을 확장하여 '큰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마치 넓은 땅을 차지하려다 죽게 된 어리석은 농부 '이반'처럼 가꾸지는 못하면서 차지 하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막상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 직무에 충실하여 가꿀 생각은 안하고, 또 다시 영역의 확장에만 전념합니다. 정치인이나, 관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인들 심지어 교회 지도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큰 교회 콤플렉스도 알고 보면 '차지하려'는 욕망의 분출에 다름 아닙니다. 젊은이들의 결혼 풍속도도 예외 없이 이런 차지하려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목표에는 성공하지만, 정작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데는 실패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처음부터 서로를 '차지할' 생각만 했지 아름답게 '가꿀' 생각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남쿠릴 열도에서 한국 어민들이 꽁치잡이를 못하게 된 것도 알고 보면 자리를 차지하기만 하고, 가꾸지는 않은 수산 당국자들의 무관심과 무능력 그대로 입니다.
우리 시대에서 정말 유능한 사람은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가꾸는 사람입니다. 차지하려는 열정만 지닌 이들은 결국 하나님의 아들까지 살해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소유가 아니라, 가꾸는 데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