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을 말해야 한다(겔33:7-9; 롬13:8-10; 마18:15-20 / 2001.9.23)

관리자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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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금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부와 강력함의 상징이 소수의 테러범의 공격으로 힘없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다니,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 뒤편에는 우리가 미처 상상도 못한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나님의 말씀을 봅니다.

사도 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롬13:8)고 합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사람이 분노가 극에 달했을 경우, 과연 이 말씀이 어느 만큼 무게를 지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단적인 분노를 잠재우고 사랑의 복음을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에는 함께 분노하고, 함께 응징을 다짐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악에 대한 분노와 응징이 가져올 또 다른 재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수의 광신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일로 죄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다면 이는 분명 인류의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네 원수를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정말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진심으로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땅히 보복해야 할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보복하기는 쉬워도 사랑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력으로 보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분노를 삭이는 일입니다. 오늘날 세계 평화를 갈망하는 이들이 이 에너지의 비중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인류는 보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의 뿌리를 걷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네 형제가 범죄하며..."이라고 범죄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비록 범죄자라 할지라도 이웃과 사회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범죄로부터 돌아설 수 있는 토양을 가꾸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분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토양을 가꾸는 일에는 소홀합니다.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마18:19). 인간의 마음 가운데 독버섯이 자라지 않도록 하는 일은 혼자 힘으로는 안 됩니다. 이웃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함께 있으리라"(마18:20). 정말 이 땅에 평화를 가꾸는 일은 함께 나서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 원수로 여기는 이들과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성취됩니다.

그리스도인은 경제를 책임진 사람도 아니고, 국가 방위를 책임진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정신 상태, 영적인 상태를 살피면서 위험의 징조들이 보일 때는 즉시 경고를 보내야 하는 사람: 에스겔의 표현으로 "파수꾼"입니다. 만일 지금 세상을 향해 경고할 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사랑의 힘을 부정하기 쉬운 세상을 향해서 경고해야 할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나오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사랑입니다."라고.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변화시키고, 가정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위대한 힘이요, 유일한 힘입니다. 세계가 응징과 보복을 말하는 이 때에 그래도 그리스도인은 사랑을 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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