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적인 삶, 공간적인 삶((사2:1-5; 롬13:11-14; 마24:36-44 / 2001.12.9)

관리자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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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시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힘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일이라서 그러합니다. 인간은 집이나 땅이나 돈이나 명예나 사람들과의 인연 등과 같은 공간적인 것을 잠시 자기 소유로 붙들어 놓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라는 시간을 자기 소유로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육의 생각''영의 생각'으로 구분하여 "육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라"(롬8:6)고 하였습니다. 그는 또 육체적인 것들을 "배설물"로 여기고,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이 새롭게 발견되고자 하였습니다(빌3:5-9). 이미 기득권으로 얻은 공간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시간의 상속자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고후4:18)합니다. 보이는 것이 공간적인 것이라면, 보이지 않는 것은 시간적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의 날' 혹은 '주의 재림의 날'은 우리의 삶을 시간으로 인식케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시간을 통해서 공간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분입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백성들과 불화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백성들은 공간적인 삶에 안주하려는 욕구로 가득한데, 모세는 안주를 거부하고 미래의 시간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공간 안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상숭배, 쾌락, 술취함, 소유, 무절제한 생활 대부분이 육적인 것이요, 공간 안주로부터 파생되는 것들입니다. 성경은 공간 안주의 삶은 죽음으로 선고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변함없이 모세보다는 우상숭배에 빠지게 하는 아론을 더 좋아합니다(출32:1-6). 하나님의 사람들은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처럼 달려나가야 합니다. 오늘 마태에 의하면 밭에 나가서 일하고, 저녁 준비를 위해 맷돌을 가는 일상적인 일까지 공간 안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시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늘의 천사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시는 "그 때"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요, '오고 있다'는 것이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쉴새없이 알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결코 '내일'과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다음'과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가운데 '내일'이 있고, '지금' 가운데 '영원'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깨어남"입니다. "지금은 자다가 깰 때"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라고. 그는 멸망해 가는 로마를 바라보며 오늘을 '밤'으로 인식하고, "깨어나야 할 때"라고 하였습니다.

당시 로마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그 내면은 이미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견고한 정치 토대와 국력이 시간의 공격을 받아 서서히,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리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방탕함은 시간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비극입니다. 이 로마의 밤을 보면서 바울은 새로운 복음 세계의 비젼을 내다봤습니다. 그것은 공간에 안주하는 미래가 아니라, 시간성을 지닌 미래입니다.

이사야에게 주신 말씀도 "그 날" 곧 시간에 대한 비젼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지는 때, 그 때에 이르러 세계 열방에 평화의 빛을 밝히리라는 축복입니다. "말씀"으로 우리의 삶을 채우는 일이야말로 오시는 분을 영접하는 시간적인 삶이요, 평화의 등불을 밝히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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