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은 되지 말라(사25:6-9; 빌4:12-20; 마22:1-14 / 2001.10.28)

관리자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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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대부 집안에는 식객이 많았습니다. 누가 식객을 많이 거느리느냐에 따라서 집안의 위신이 달랐습니다. 사대부는 식객을 많이 거느림으로써 세도를 과시하려 했기 때문에 식객이 필요했고, 식객들은 그런 사대부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먹고 살았습니다. 사대부와 식객이 공생관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정가 주변에는 이런 식객 현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 이야기와 식객 이야기는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하나님의 나라에서 식객은 사양합니다.

오늘 복음서의 말씀은 결혼 잔치로 비유되는 하나님 나라 이야기 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랜 옛날부터 당신의 백성들을 당신의 나라에 초대하셨습니다. 이사야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기름진 음식과 오래 숙성시킨 최상품의 포도주를 마련해 놓고 당신의 백성들을 초대하셨습니다. 단지 배불리 먹고 마시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민족의 그 가려진 면박과 열방의 그 덮인 휘장을 제하시고,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며, 백성들이 당한 수치를 풀어주시기 위해서"(시25:7-8) 초대하신 것입니다. '면박'이란 장례식 때 쓴 얼굴 가리개이고, '휘장'은 수의를 일컫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악으로 인해 항상 죽음과 슬픔, 억울함을 짊어지고 사는 백성들에게 참 기쁨과 생명의 승리를 안겨주시기 위해서 그처럼 기다리며 초청하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백성들은 한결같이 불순종으로 일관했습니다. 마침내 하나님의 초대는 거리로 나섭니다. '거리의 사람들'이란 이전에는 감히 하나님의 초대를 기대할 수 없었던 죄인들과 이방인들입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초대를 받고 잔치에 나온 사람들 가운데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축출되는 비극이 벌어집니다. '아무나' 초대해 놓고, '예복'을 입지 않았다 해서 내치다니, 이 모순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유가 있습니다. 복음서 말씀에서 '초대받다'는 '부름받다'와 동일한 뜻입니다. 하나님의 초대는 '부름'(소명)과 관련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삶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예복'을 입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 삶에 변화 없이 식객 노릇만 하는 손님은 하나님 나라 잔치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은혜의 초대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해도 좋은 게 아닙니다. 그에 합당한 열매가 있어야 합니다.

이 말씀이 기록될 당시 이미 교회는 이방인을 향한 선교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선교활동 가운데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많은 사람이 교회 안에 들어와서 세례를 받고 교인이 되기는 했으나, 정작 그들의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14절에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고 하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사도행전에도 나타납니다. 뜨거운 사랑으로 내것-네것 이라는 소유의 벽이 무너지고, 부자나 가난한 자없이 서로 유무상통 하였습니다. 그런데 점차 교회 안에 무위도식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나중에는 이들의 발언권이 커지고,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한다며 불평 불만이 늘어났으며, 부자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비난하였습니다. 마침내 유무상통하는 공동체는 해체되고, 나중에 예루살렘 교회는 이방 교회들의 구제에 힘입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빌립보 교회는 끊임없이 사랑의 선물을 드리는 교회가 됨으로써 사도 바울로부터 극진한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은혜의 초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식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초대에 감사한다면 마땅히 그에 합당한 예복을 입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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