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상상속의‘그나라’(왕하 24:8-17; 고전 12:12-13, 26; 마 9:27-34 / 18.10.7)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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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왕국 유다가 시드기야를 끝으로 바빌론에 의해 멸망한 해가 기원전 587년입니다. 그 사이 유다 지도층 대부분이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가고 유다 땅에는 가련한 백성들만 남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유다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가? 요시아 같은 왕이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기득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개혁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나라 안은 우상숭배가 극에 달하고, 사회 기강은 무너졌으며, 빈부격차는 극심해졌습니다. 부자들은 여름별장 겨울별장을 옮겨 다니며 상아 침대에서 잠자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불렸지만, 가난한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농노로,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여 끼니도 연명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나라가 바빌론에 멸망하기 전에 이미 내부에서 붕괴된 것입니다.

희망이 없는 백성들에게 절망이 쌓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자학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라가 망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망해도 철저히 망해야 그나마 새로운 세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조선이 망하지 않았으면 과연 대한민국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나라가 망하면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이들은 가련한 백성들입니다. 그 고통당하는 백성들을 가슴에 품고 그래도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희망의 사역을 한 사람들이 바로 예언자들입니다. 그 예언자의 정신이 예수께서 선포한 ‘그 나라’에 그대로 담겨 있고, 바울의 ‘교회’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선포하신 ‘그 나라’는 이전의 예언자들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전의 예언자들은 언젠가 회복될 것을 기대한 나라인 반면, 예수께서는 상상속의 ‘그 나라’를 현존하는 나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지상의 영토 중심이 아닌 ‘주권’으로서의 나라인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놀라운 상상력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가르치신 주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하늘’은 공간으로서의 하늘이 아닌 ‘경계가 없는’ ‘차별이 없는’의 뜻에 가깝습니다. ‘땅’은 차별과 배제의 촘촘한 경계로 이뤄졌지만, 하늘은 그런 경계가 없을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기에 그러합니다.

이론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바울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상상 가운데서 실재하는 ‘그 나라’를 채울 내용인 복음을 담을 그릇으로 ‘교회’를 세운 사람입니다. 영토 위에 세운 교회가 아닌 새로운 사회 조직으로서의 ‘교회’입니다. 바울은 그런 교회의 유기체성과 통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몸’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 혹은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유기체로서의 교회는 연합과 일치를 지향하고, 통일성으로서의 교회는 하나 됨과 조화를 지향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복음’은 현존하는 상상 속의 그 나라를 채울 삶의 가치들입니다. 지상의 교회를 마치 절대불변의 진리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릇’으로서의 교회는 항상 그 나라에 적합한지를 뒤돌아보며 자신을 개혁해야 합니다.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진열장에나 있을 법한 교회들이 많습니다.

이미 망한 유다가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로마의 속국이 되어 있을 때, 새로운 나라를 들고 나온 분이 예수이십니다. 그렇게 망한 나라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자들은 예수의 출현을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저들은 예수를 직접 죽이지 못하고 죄 없는 자를 죽였다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로마와 공모해 예수를 죽였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양심이 마비된 이들이 기승을 부립니다.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온갖 사술을 부립니다. 나라가 망할지라도, 참혹한 전쟁을 불러들일지라도 기득권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들로 인해 절망할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사악한 행위를 무력화시키시며, 당신의 나라를 성취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나라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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