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왕상 18:1-6,15; 빌 2:12-18; 마 2:19-23 / 18.9.9)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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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7대 왕 아합이 예언자들을 사정없이 박해할 때 홀연히 나타난 인물이 엘리야입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아직 아합과 정면 대결할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마치 어린 예수를 광포한 헤롯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토록 하신 것처럼, 엘리야로 하여금 아합의 손이 미치지 않는 빈들로 피신케 합니다. 사르밧 과부를 만난 것은 바로 그의 피신처에서입니다. 당시는 국가 팽창주의로 계속되는 전쟁과 쉴 새 없이 벌어지는 토목공사로 인해 남자들은 대부분 징집되거나 부역에 차출되어서 죽어나갔습니다. 그래서 그 땅에는 과부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흉년과 질병으로 아이들은 잃는 일이 많았습니다. 사르밧 과부는 마지막 남은 양식으로 엘리야를 환대한 여인이었음에도, 자식이 죽어가는 마당에서까지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당신의 죄 때문에 외아들이 죽게 됐다’고 엘리야를 원망합니다. 곤경에 처한 엘리야는 야훼 하나님께 매달려 죽어가는 아이를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기도합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그는 그동안 아합을 심판해야 한다는 열정은 강했지만 생명의 절박함을 겪어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 엘리야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하나님께 매달리는 사람으로 변한 것입니다.

엘리야가 다시 아합에게 나타날 무렵, 성경은 아합의 행적을 전하고 있습니다(왕상 18:5). 백성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죽어가는 마당에 왕이라는 자는 오로지 말 먹을 꼴을 찾는데 혈안입니다. 도덕적으로 엘리야와 비교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죄악의 길만을 고집하는 아합을 만나고 살아남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생명의 절박함을 겪어본 엘리야는 이제 물러서지 않습니다. 엘리야가 특출한 인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가 처음 하나님의 부름을 받자마자 아합에게 다가가서 도전장을 낸 것만 보아도 대단한 담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담력은 아직은 혈기, 만용, 증오심일 뿐 삶의 절박함에 대한 경험도 숙고도 못한 인물입니다. 저 옛날 모세도 그랬습니다. 혈기 충천한 모세는 동족이 당하는 억울함을 풀어주려다 좌절하여 미디안 광야로 도피했습니다. 그렇게 광야에서 혈기를 다스리며, 야훼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지니기까지 무려 40년이 걸렸습니다. 칭얼대던 어린애에서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기까지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린 것입니다. 어린애가 칭얼대는 것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정의를 앞세운 심판자로부터 생명을 살리는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되기까지 광야에 가서 은신케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의 말씀에서 빌립보 교인들이 유아기를 벗어나 어른의 믿음을 가지기를 간절히 바란 말씀을 보게 됩니다. 특별히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라는 말씀을 주목합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의 마음에 당신이 기뻐하실 소원을 품고 그 소원이 이뤄지기를 지속적으로 열망하며 살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소원만으로는 안 됩니다. 행함 즉 치열한 자기성찰이 따라야 합니다. 아무리 선한 일일지라도 쉽게 이뤄지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의 모세는 분노 증오심 혈기로 인해 좌절하고 방황했지만, 그러나 그 마음은 고난 가운데 있는 동족을 해방시켜야겠다는 뜻을 40년 동안이나 품고 행함으로 마침내 그 뜻을 이뤘습니다. 엘리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하나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소원을 한시도 잊지 않고 어떻게 그 소원을 이룰지를 궁구하며 살았습니다. 바울도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동족의 구원받음을 갈망하며 살았습니다(롬 9:3). 무능한 정의는 사탄에게 기회를 주기 쉽습니다. 바울은 한(恨)이 아닌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선을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품고 행하라고 하십니다. 품은 소원은 때가 되면 우리 주께서 반듯이 이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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