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사역에 감응하는 믿음(삼하 19:1-7; 행 24:1-9; 막 11:27-33 / 18.9.2)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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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압살롬의 반역을 진압하면서 장수들에게 어린 아들 압살롬을 해치지 말라고 심심 당부합니다.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자식임에도 아버지는 그 자식의 목숨이나마 지켜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압살롬은 진압군에 의해 도륙됩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다윗은 성문에 걸터앉아 얼굴을 감싸고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압살롬아!’ 라고 울부짖으며 대성통곡합니다. 충격을 받은 장수 요압이 다윗에게 나아가서 직언합니다. “지금 왕께서는 자식이 죽었다고 통곡하시는데, 목숨을 바쳐 왕의 생명을 구하고, 나라를 국난에서 구한 백성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그때서야 왕은 자신이 지금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자식의 처참한 죽음에는 공감하면서, 그런 자식으로 인해 백성들이 당한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평범한 집안의 아비라면 모를까,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로서 할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는 통곡을 그치고 백성들이 기다리는 성으로 들어가 뒷일을 수습합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서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각종 공안사건을 주도하고, 지방색을 부추긴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앉혔습니다. 아버지의 추종자들과는 공감하면서, 아버지로 인해 고통을 겪은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저 옛날 다윗과는 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대통령 박근혜의 파멸은 바로 그의 정신상태가 말해준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 걸으셨던 예수살렘성소의 회랑(아케이드)이 있습니다. 성소 동쪽 솔로몬의 회랑은 높이 12m의 고린도식 원주가 여러 개 서 있고, 남쪽 왕의 회랑은 직경 2m에 높이 10m나 되는 4열의 흰 대리석 원주 162개가 서 있습니다. 헬라 사람들은 이렇게 높이 솟은 회랑의 원주를 무너지지 않는 절대 진리의 상징으로 삼고 그곳에서 제사도 지내고, 철학을 논하기도 했습니다. 그처럼 회랑이 어느 사이 예루살렘성소에도 들어선 것입니다. 한 번 상상해 봅시다. 누구나 하늘 높이 치솟은 대리석 원주가 서 있는 회랑에 들어서면 압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그처럼 압도적인 축조물을 자신들의 권세와 동일시하는데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초라한 갈릴리 출신 예수는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저들의 의식 속에는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은 보이지 않고, 높이 솟은 대리석 원주와 같은 오만과 독선만 가득했습니다. 예수를 죽이려고 했던 유대 지도층 사람들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어떤 장소나 건축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들이 다투어 크고 웅장한 건물을 지으려는 심리 기저에는 자기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려는 정치적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 심리는 결코 자기 밖에서 다가오는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합니다. 그것도 예수처럼 초라한 행색으로 다가오는 창조와 구원의 징조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놀랍게도 유대 지도자이면서도 그런 회랑과 같은 권위에서 벗어난 이가 있습니다. 아니, 그런 걸 배설물로 여긴 이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입니다. 그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에게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유대 지도자들과는 달리 율법이라는 권위적인 회랑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감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축조물인 회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권력, 돈, 명예, 학벌, 인맥, 권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세상에서의 출세는 그런 회랑 밑에 기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된 희망은 인간이 쌓은 축조물 밖에서 다가옵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속의 회랑 안에 기어 들어가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진실을 사모해야 하나님의 구원의 징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대의 징조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구원과 창조 사역에 감응하는 믿음’을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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