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와 생명의 틀(삼하 4:5-12; 행 16:25-34; 막 7:1-8 / 18.8.19)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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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서일과 세 본문은 역사적인 사건을 전하는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들은 이번 여름의 뜨거움 보다 더 뜨거운 갈등과 함께, 그 갈등 속에서 생명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무엘기는 어처구니없는 개죽음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울이 길보아 전투에서 전사하자 다윗은 즉시 헤브론에 가서 유다 왕으로 등극하고, 이스라엘에서는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왕으로 옹립하고는 서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이런 때 이스보셋 수하의 두 형제 장수가 틈을 타서 이스보셋의 목을 베어 다윗에게 바칩니다. 그런데 이런 큰 공을 세운 두 장수에게 다윗은 대노하며 참수합니다. 왜일까요?

사도행전에서는 바울과 실라 두 사도가 매를 맞고 옥에 갇힌 이야기입니다. 두 사도들이 한 밤중에 기도하며 찬양할 때, 감옥 터가 흔들리고 옥문이 열렸습니다. 놀란 간수는 죄수들이 도망간 줄 알고 자결하려는데, 두 사도가 도망가지 않고 안심시키며 복음을 전하자 간수는 온 집안 식구들과 함께 세례를 받게 되었다는 보도입니다. 그러나 왜 사도들은 매를 맞고 깊은 감옥에 갇히는 고초를 겪게 되었습니까?

두 사건의 배후에는 모두 서로 다른 삶의 양식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다윗에게 이스보셋의 목을 바친 두 장수는 북 왕국의 삶의 양식을 대변합니다. 그것은 ‘야훼 왕권중심 틀’로, 오직 야훼만이 왕이시기에 지상의 왕이 무능하거나 야훼 뜻에 어긋나면 저항하거나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 왕국에서 확립된 ‘왕정중심 야훼 틀’의 삶에서는 왕은 야훼께서 세웠기에 어느 경우든 저항할 수 없습니다. 오직 야훼만이 왕을 심판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기 왕의 목을 베어 온 두 장수의 행위는 다윗의 눈에는 있을 수 없는 죄악이었습니다. 결국 히브리 성서는 사사시대를 거치며 이웃 강대족속들의 침략을 막아내고 안정 가운데 번영을 도모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다윗의 ‘왕정중심 야훼 틀’의 삶을 선택하여 공동체의 생명을 보전했습니다.

왜 사도들은 매를 맞고 갇혔습니까? 단순히 무고를 당한 것이 아닙니다, 사도들은 가는 곳마다 로마의 황제와는 다른 주님을 참 메시아라고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로마세계 안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반역이고 선동이었습니다. 두 사도들의 고초는 바로 ‘팍스 로마나 틀’과 ‘팍스 크리스티 틀’의 충돌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팍스 로마나는 인간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며 폭력으로 세계를 지배합니다. 이 무서운 폭력 앞에서 감히 저항을 못하기에 겉으로는 세계가 평온해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팍스 크리스티는 나사렛 예수를 신의 아들로 고백하는 무리들이 로마의 평화 아래서 신음하는 피식민지 민중들의 삶을 대변하며 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내세우는 메시아 운동이었습니다. 이 팍스 크리스티 삶을 선택한 무리들이 늘면서 삽시간에 이 해방의 삶은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로마를 전복시켰습니다.

마가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정결례 문제를 두고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과 논쟁하시며, 저들이 하나님의 계명은 저버리고 인간이 전통을 따르는 위선을 ‘고르반’의 예를 드시며, 맹비난하셨습니다. 곧 계명의 산 정신을 간직한 ‘하나님의 틀’과 율법의 조문 그 자체를 절대화한 ‘인간의 틀’의 대결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력한 충고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최종적인 역사의 완성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새’하늘과 새 땅’이요, ‘전우주적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는 ‘정의, 평화, 생명’으로 구현 됩니다. 이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낡은 틀의 삶이 가져오는 죽음의 세계를 구원할 생명 틀의 삶을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아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고 교회는 낡은 틀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새 틀로 전향하라는 복음의 정신에 따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도 개혁하며, 생명 틀을 선포하고 투쟁합니다. 이로서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에서 날로 자라납니다. 

(홍순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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