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지혜, 하나님의 지혜(신 4:32-40; 고전 3:18-23; 막 10:13-16 / 19.2.10)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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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인들은 ‘지혜’ 혹은 ‘지식’을 존재의 근원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을 으로 여겼습니다. 사람이 지혜를 터득한다는 것은 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세상의 지혜’와 ‘하나님의 지혜’를 대립적으로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이 자신을 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보면 명백히 반신적입니다. 이처럼 반신적이 되었을 때 인간은 자기오류를 부정하고, 자기절대화 곧 자기를 우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자폭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아무도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 같이 받들지 아니하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십니다. 어른들은 사물을 반복된 경험에 의해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이런 습관적인 판단과 행동이 하나의 논리체계를 갖추고, 자기 확신을 지니게 되면 그것이 ‘세상의 지혜’가 됩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은 경험에 의해서 판단하지 않고, ‘호기심’에 끌려 행동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마치 아직 그림을 그리지 않은 화선지와 같습니다.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 그 자체입니다. 그리하여 어린 아이에게는 자기를 정형화시킨 ‘세상 지혜’라는 게 없습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받아들일 여백이 그만큼 큰 것입니다.

신명기의 말씀은 ‘눈으로 보는 신’과 ‘귀로 듣는 신’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을 빚고, 대립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말씀입니다. 이전에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역사의 현장에서 불과 소리로 자기를 계시하신 분입니다. 그랬던 이들에게 바빌론의 마르둑 신의 장엄한 스케일과 위력 앞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야훼 하나님은 너무나 초라하게 여겨졌습니다. 그 실체를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믿음의 근본이 흔들린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들에게 신명기는 “⋯어떤 신이 와서 시험과 이적과 기사와 전쟁과 강한 손과 편 팔과 크게 두려운 일로 한 민족을 다른 민족에게서 인도하여 낸 일이 있느냐⋯”(신 4:34)고 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참된 신은 역사 현장에서 자기를 계시하신 하나님이시지, 인간의 가공물인 저 마르둑 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이 가시적인 존재라면 인간의 망막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가시적인 신에게 끌리는 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손에 잡힐 듯이 확실한 것에 의존하려 합니다. ‘세상의 지혜’에 편승함으로써 안정을 찾고,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열린 지혜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도 선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이 어딘가는 있음을 알게 하는 지혜입니다. 저 옛날 솔로몬이 위대한 것은, 그가 지닌 (방편적인) ‘지혜’ 때문이 아니라, 그가 지혜를 ‘구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그는 지혜를 구하기 위해 가시적인 우상에 의존하지 않고, 불가시적인 하나님께 의존했습니다.

오늘날처럼 가시성이 지배한 시대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계량화시키는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신앙생활도 계량화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성공하게 해주시고, 부자 되게 해주시고, 더 높이 올라가게 해주시는 분입니다. 계량화에 성공해야 능력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고전 4:18)고. “어리석다”는 것은 ‘미련하다’는 게 아닌 ‘비결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세상 지혜’에 비결정적인 자가 ‘하나님의 지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지혜는 자기만족적입니다. 자기를 절대화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지혜는 비결정적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지혜는 항상 열려 있게 합니다. 권위를 추구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합니다. 무한한 상상력과 추상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리하여 진실로 하나님을 흠모하는 사람은 어떤 역경에서도 창조성이 발현됩니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옵니다. 세상 지혜에 속지 말고 하나님의 지혜를 구합시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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