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도적질하는 자들(렘 23:23-32; 계 8:1-5; 눅 12:49-53 / 19.2.3)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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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 시대입니다. 요시아 왕의 종교개혁이 힘을 잃자 숨을 죽이고 있던 사악한 것들이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기득권의 발호가 극에 달했습니다. 이집트의 하수인이었던 자들은 바빌론이 밀려오자 이번에는 바빌론의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제사장과 예언자들은 바빌론이야말로 유다 왕국을 위해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물이라고 선동했습니다. 그냥 선동한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꿈 가운데서 보여 주셨다’며 유다 왕국에 평화가 온 것처럼 바빌론의 지배를 환호하기까지 했습니다. 예레미야는 바로 그런 자들을 향해 철저한 심판을 예언합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러므로 보라 서로 내 말을 도적질하는 선지자들을 내가 치리라”(렘 23:30). 하나님의 말씀을 도적질한다는 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해서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참으로 둔갑시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칭해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입니다. *예레미야가 활동하던 시대에 제사장 바스훌이 있습니다(렘 20:1). 예레미야가 재야 목회자였다면, 바스훌은 누구나 우러러보는 예루살렘성전의 담임목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스훌은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설교자였습니다. 수많은 백성들이 그의 만사형통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라는 그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죄악을 질타하는 설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위로와 희망과 성공담으로 가득한 설교만이 나왔습니다. 바스훌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 시대의 죄악들을 마사지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설교자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스훌과 같은 이들의 설교를 역겨워한 이가 있습니다. 예레미야입니다. 그는 “평강하다 평강하다”(렘 8:9b-12a)고 설교하는 자들이 얼마나 가증한지를 거침없이 비판했습니다. 마침내 예레미야는 바스훌의 눈 밖에 나서 수난을 겪게 됩니다. 바스훌의 눈에 예레미야는 매사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이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자였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우리 시대의 많은 목회자들이 예레미야를 읽으면서도 바스훌을 닮기 위해 무진 애를 씁니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보호막을 먼저 깨뜨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자신의 기득권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거짓 선지자들은 불의한 일을 하면서도 뻔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비틀어서 백성을 속이는 일을 태연하게 합니다. 예수께서 위선자들을 질책하시며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다”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만큼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도적질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먼저 거짓이 심판받아야 이뤄집니다. 그러나 진실은 깊은 유대관계를 흔들 수 있습니다. 비록 가족이라 할지라도 진실 앞에서는 서로 대립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아내와 남편이, 형제와 형제가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걸 꿰뚫어보시고 내가 세상에 검을 주러 왔다고 하신 것입니다.

계시록에서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부는 모습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전장으로 부르는 소리 즉, 진실과 허위간의 싸움에서 진실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되라는 요청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역시 개혁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기득권의 저항이 극렬합니다. 교회 지도자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입으로는 개혁을 말하면서 스스로는 개혁에 저항합니다. 심판 없이 새로운 세상을 열리지 않습니다.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 자신의 보호막인 껍질을 깨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세속에서의 심판은 파멸이지만, 믿음 안에서 심판은 성숙의 지표입니다. 심판의 아픔을 겪지 않고 자란 사람은 미성숙합니다. 심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입니다. 나라도 그러하고, 교회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에 동조할 때 말씀을 도적질하는 자들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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