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해 스스로 소금을 치라(사 11:10-16; 고전 3:3-9; 막 9:38-50 / 19.1.13)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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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의 말씀은 나라를 빼앗기고 낯선 타국으로 끌려간 사람들 즉 디아스포라의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신의 말씀과 복음서의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이 성숙한 미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어떻게 훈련하고 관용하며 공동체의 윤리를 가꿔야하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이들이 내일을 꿈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사야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날, 이새의 뿌리는 이방 민족의 깃발로 세워지리라. 이방인들이 그에게 찾아들고, 그가 안식하는 곳은 영광으로 빛나리라.”(사 11:10) 이 이사야의 꿈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새의 뿌리에서 예수가 탄생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연히 태어난 인물이 아닙니다. 이사야처럼 고단한 삶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고 부단히 내일을 바라보며 산 이들의 꿈이 실현된 것입니다. 이 이사야의 꿈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비록 나와 다를지라도 배척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서로 관용하고 환대하는 공동체의 꿈입니다. 그와 같은 꿈이 복음서에 오롯이 담겨 있고, 서신에도 담겨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바울파니 아볼로파니 하며 서로 갈리어서 시기와 분쟁을 일삼은 이들에게 자신이나 아볼로는 복음의 씨를 뿌렸고, 자라도록 물을 주었을 뿐 그것이 자라게 하신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시라고 합니다. 바울의 이 말은 단지 인간적인 ‘겸손’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말의 배경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 할지라도 서로 차별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복음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엄격하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제자단에 속하지 않은 자들이 예수의 이름을 빙자해서 귀신을 축출하는 걸 보고 금한 일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서 격하게 말씀하십니다. “소자 중 하나라도 미혹하여 넘어지게 하면 연자 맷돌을 메고 바다에 빠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두 손을 가지고 지옥불에 던져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만일 네 눈이 너를 범죄케 하거든 그 눈을 빼어 버리라.” 예수께서는 왜 이렇게 격한 말씀을 하셨을까? 다른 사람을 모욕하고 배척하는 일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경고하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안에서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척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일어나는 증오와 테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불(火)과 결부시켜서 “너희 안에 소금을 치고 화목하라”고 하신 말씀은 타인을 향한 차별과 배척의 기제를 먼저 자신에게도 돌리도록 하신 말씀입니다. 불은 소멸시키는 힘과 정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소금은 보존하고, 맛을 내고, 깨끗하게 하고, 부패를 막아주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불과 소금은 동료 인간과의 화목을 위해서 제자들이 치러야 할 자기연단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김치를 담글 때 소금으로 순을 죽이듯, 화목을 위해서 서로가 불로 연단하고, 자기 자신을 소금에 절이듯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의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을 쉽게 정죄합니다. 자신의 특권을 옹호하기 위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멸시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비판하면서도 자기 머리 위에 숯불을 올려놓는 일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소금을 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향해서는 평화를 주문합니다. 복음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나와 다른 사람을 관용하고 환대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그걸 꿰뚫어보시고 너 자신에게 먼저 소금을 치고 화목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내 안의 분쟁과 차별의 성정은 다른 사람이 고치지 못합니다. 나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순물들은 다른 사람이 소멸시키지 못합니다. 스스로 불로 태우고, 소금으로 정화시킬 때만이 평화는 우리 안에 깃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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