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 마음을 품으라(슥 9:9-10; 빌 2:1-10; 요 12:12-19 / 19.4.14)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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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네 복음서는 모두 예수께서 나귀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내용을 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래 이 이야기는 기원전 520여 년 전 예언자 스가랴에게서 온 것입니다. 스가랴 당시 바빌론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스라엘을 정복하면서 그 명분으로 평화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평화가 아닌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스라엘은 말발굽으로 짓밟는 평화가 아닌,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고 오시는 평화의 왕을 믿고 바랐습니다. 저들의 희망은 누대에 걸쳐 종말론적인 희망이 되어 흐르다가 마침내 예수님에게서 실현된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스가랴의 예언과 관련된 또 다른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원래 여부스족이 살던 예루살렘은 소경이나 절뚝발이가 싸워도 적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난공불락의 요새였습니다. 이런 예루살렘을 다윗은 소경과 절뚝발이 같은 연약한 이들을 사정없이 도륙하고 함락시켰습니다(삼하 5:6). 그 후 힘없는 백성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다윗의 예루살렘 입성을 부정하고, 앞서 스가랴가 예언한 나귀타고 입성하시는 메시아를 기다린 것입니다. 마침내 저들은 맹인과 절뚝발이를 고쳐주고,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예수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했음에도 예루살렘은, 다윗에게는 영광과 승리를 안겨주었으나, 예수에게는 고난과 패배를 안겨주었습니다. ‘평화의 도성’이라는 뜻을 지닌 ‘예루살렘’은 분쟁과 살육의 역사로 점철되었습니다. 지금도 예루살렘은 분쟁이 그치지 않는 땅입니다. 무력으로 얻은 평화는 항상 비극을 불러들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소경과 절뚝발이를 불쌍히 여김과 같은 온화함에서 비롯됩니다. 예수께서 나귀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귀 타고 입성하는 예수를 열광적으로 환영한 무리는 잠시 후에 조롱하는 무리로 돌변합니다(요 12:12-13). 다윗과 달리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세상 나라에 대한 힘의 통치를 꿈꾸신 분이 아닙니다. 진리에 의한 통치를 꿈꾸신 분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열렬한 지지자를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예수 곁에는 소수의 제자들, 그것도 사회적 명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고, 오히려 밀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예수께서는 환영하는 무리의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저들에게 신실치 못했으나, 십자가를 피하지 않으심으로 하나님께 신실하신 분입니다.

이와 같은 메시야의 심성을 가장 명확하게 깨달은 사람은 바울입니다. 바울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고 합니다. 자기를 낮추어 죽기까지 복종하신 주님의 마음을 품으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바울은 본문 1-4절의 디다케(Didake)와 5-11절의 케리그마(Kerygma)를 나란히 배치하고 있습니다. Kerygma는 ‘예수는 주님이시다’는 신앙고백이고, Didake는 성도의 교제와 섬김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겸손’은 대인관계이지만, ‘자기 비움’은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만일 성서에 ‘케리그마’가 없고, ‘디다케’만 있다면, 성서는 세계 인류 누구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교양서가 되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디다케가 아닌 케리그마입니다.

우리 각 사람에게는 자기 과시의 욕망이 있습니다. 자신의 영향력을 끝없이 펼쳐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보라는 듯이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합니다. 나라들도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싶고, 선진국이 되고 싶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니고 싶어 합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평화는 멀리 달아납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 분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자기 비움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치유자가 될 수 있고, 거짓 평화가 아닌 참 평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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