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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때가 되어 불행이 덮쳐오면 당하고 만다”(전 9:11b): 인간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지혜를 자랑하고, 지식을 자랑하고, 행복을 자랑할지라도 그러나 정작 때를 주관하시고,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요즘 ‘전문가’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허나 지혜자의 눈에 비친 ‘전문가’라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9:13-16의 예화입니다. 인간은 지혜를 얻고자 하면서도 정말 지혜는 멀리하고, 전문가를 찾는 것 같으면서도 뒤로는 전문가를 무시합니다. 인간이 특별히 고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혜를 담아내고, 지식을 식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원하면서도 정작 행복의 길은 외면하는 게 인간이요, 행복이 주어져도 누리지 못하는 게 인간입니다. “아는 것이 많다고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니더라”(정 9:11)는 말씀 역시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만큼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사물과 시간의 이편-저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눈앞의 이익에는 민감합니다. 같은 사안임에도 자기 이익에 따라 말이 바뀝니다.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릅니다. 여당일 때 주장 다르고 야당일 때 주장 다릅니다. 한때는 유용한 사상이었지만 시절이 바뀌면 쓸모없게 됩니다. 한때는 쓸모없었지만 시대가 흐르고 보니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상이 됩니다. 그리하여 어떤 일이든 자기를 절대화하는 게 그만큼 위험합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 가지를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는 땅에 있는 자를 아비라 부르지 말라. 너희는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유대인 세계에서 남자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랍비 대접을 받고, 율법의 아버지 대접을 받고, 지도자 대접을 받기를 원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진정한 랍비가 되고, 진정한 율법의 아버지가 되고,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절치부심하기보다는 그 모양만을 흉내 내는 허위와 위선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 23:12)고 하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의 반대자들을 향해 토해내는 메시지도 그렇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얼뜨기 유대인이라며 헐뜯는 자들을 향해, ‘그런 정도라면 나도 당신들만 못지않다’고 응대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신의 신분이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아닌 본토 출신이라는 것, 선민이라는 것, 그 가운데서도 아브라함의 씨라는 것을 무던히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바울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세속적인 자랑이 아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보면 볼수록 신분 따위는 자랑할 게 못됩니다. 내가 아무리 선하게 산다고 해도 선한 결과만 가져오지 않습니다. 내가 태양을 향해 걸을지라도 내 뒤로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나는 태양을 향해 가고 있으니 나의 행위는 모두 옳은 것으로 여긴다면 그보다 더 큰 착각도 없습니다. 인간은 평화를 방패삼아 이익을 챙기고, 반전의 깃발을 흔들면서 뒤로는 전쟁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나라를 팔아먹으면서도 열성적인 애국자 행세를 합니다.
오늘 전도서는 “어리석은 무리를 거느린 임금[우두머리]의 호령보다는 지혜 있는 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지혜 있는 자”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인간은 하늘 아래서 삽니다. 그럼에도 자기가 하는 일을 하늘의 일인 것처럼 주장합니다. 어리석고, 교만하고, 사악하기 때문입니다. 선을 행할지라도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정치권 사람들처럼, 자기주장만 옳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정말 자랑할 게 있다면 바울의 표현대로 “나의 약함을 자랑한다”(고후 11:30)는 고백밖에 없습니다. 사순절은 십자가의 겸손을 배우도록 하는 절기입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