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랴 빌립보에서(잠 3:11-12; 골 1:24-29; 마 16:21-28 / 19.3.3)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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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신 일이 있습니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국경지역이면서 동시에 로마의 황제를 위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빈번하여 범죄자들이 몸을 숨기기에 좋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익에 민감한 지역이면서, 황제 숭배로 질서지운 곳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물으신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더러 누구라 하더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두 가지 물음은 각자 자기 삶을 조명하는 형식이기도 합니다. 전자는 다른 사람의 관점 곧 세상을 움직이는 프레임이 내 삶을 결정하는 물음이고, 후자는 자신의 생각에 의해 자기 삶을 결정하는 물음입니다. 이 질문에서 세상의 관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예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후자의 질문에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놀라운 고백입니다. 인간의 생각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발설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다”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로부터” 예수께서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말씀하십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베드로가 앞장서 주님의 길을 가로막습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믿는 이들이 하나님의 권세를 감지하듯이, 사탄도 하나님의 권세를 감지합니다. 그러기에 그분이 누구인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고, 그분에게 온전히 순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수께서 사탄이 된 베드로를 향해 ‘사라져버려!’ 라고 하지 않고 “내 뒤로 물러가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사탄을 독립된 ‘실체’로 보지 않고, 어떤 일에 대한 ‘태도’로 보신 게 틀림없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가로막거나 방해하거나 비틀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행위 혹은 존재가 바로 사탄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 16:24)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당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실]” 것임을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 체제’에 의해 고난을 당하고 죽임 당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수난을 교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예루살렘 체제와 같은 삶의 현장, 작은 이익에도 민감하여 죽고 사는 일이 벌어지는 삶의 현장에서 예수를 믿고 따르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운다”고 고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예수께서 당신의 몸으로 세우신 교회는, 예루살렘 체제로부터 박해를 받으심으로, 곧 세상과 대립함으로써 세운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에게서 복음을 위한 고난은 관념이 아닌 실제였습니다. 바울은 그런 교회를 하나님의 우주적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은 유기체로 여겼습니다. 그렇다고 지상의 교회를 최종적인 것으로 여긴 게 아닙니다. 우리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며 절대적 권위에 안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종말의 날에 성취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갱신하고 개혁하는 교회여야 합니다. 만일 그러지 않았을 때 그런 교회는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예루살렘의 체제와 다를 바 없게 됩니다. 어쩌면 오늘의 교회는 이미 저 예날 예루살렘 체제처럼 변질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께서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던 것처럼, 가이사랴 빌립보와 같은 오늘의 세계 한 복판에서 우리에게도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십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는지를 묻는 게 아닙니다. 바로 내게 물으십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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