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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수 1:7). 하나님께서 모세 이후 새로운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실제 수신자는 여호수아서가 신명기 역사서라는 점에서, 바빌론 포로생활을 하는 백성들이기도 합니다. 바빌론 포로생활이 길어지면서 전에는 예기치 못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재일동포가 겪는 것처럼,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된 것입니다. 한 민족 집단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는, 대개 자신의 역사를 상실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역사를 상실하면 뿌리 뽑힌 사람들로 전락하게 됩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의 역사를 일본 역사에 편입시키려 했던 것도 그러합니다. 저들은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워버리기 위해 조선의 역사를 끊임없이 조작하고, 지우는 일을 거듭했습니다. 오늘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부정하는 것도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조선에 대한 역사조작과 거짓말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여호수아서는 바빌론 포로민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자기 땅이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확장된 영토와 함께 장차 하나님께서 주겠다고 약속한 땅 등 광대한 영토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 땅은 언젠가 ‘회복될 땅’으로서가 아닌 지금 그들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할 땅’으로 말합니다. 이어서 그 땅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조건으로 순종하는 믿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격려 또한 잊지 않습니다.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하라” “두려워 말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리라”
바울은 바로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합니다.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가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세례를 받고, 성만찬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조상들이 가나안의 축복을 받고도 불순종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땅을 빼앗겼던 것처럼,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도 자기 본분을 지키지 못해 파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런즉 선줄로 생각하거든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고 한 것입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갈 때입니다. “주께서 어디를 가시든지 저는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나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주님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희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나를 따르라고 부른 사람은 먼저 가서 부친의 장례를 지내고 와서 따르겠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먼저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따르겠다고 합니다. 예수께서는 이들을 향해 당신을 따르는 일에서 ‘먼저’ 할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치 않다”고. 돌이 많은 척박한 땅에서 쟁기질하는 사람은 뒤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잠시만 방심해도 돌 뿌리에 보습이 부러집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당신이 가는 길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길임을 드러낸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부름’과 ‘따름’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고난과 관련해서 형상화된 말씀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께서 고난을 받으러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때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따를 때에 하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주님과 함께 죽으러 올라가는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줄 알고 따라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주님을 따르는 길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뒤로 미룰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을 향한 ‘부름’이 있습니다. 그 부름의 길은 사도 바울이 그랬던 거처럼 지금까지의 모든 인연과 특권을 끊어야 하는 길입니다. 자신의 존재 기반을 하나님께 두느냐 아니면 세상에 두느냐 하는 갈림길입니다. 좌로나 우로 치우칠 수 없는 길입니다. (하태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