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얍복강 체험(창 32:22-32; 엡 3:14-19; 마 13:44 / 19.6.30)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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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가 모두 50장인데, 그 가운데 야곱의 이야기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창세기에서 야곱의 위치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은 아브라함이나 이삭처럼 특별한 인간이기보다는 보통 인간입니다. 보통 인간인데 좀 억척스러운 인간입니다. 야곱의 삶은 한마디로 치열했습니다. 살벌한 생존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살았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하고, 희열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야곱은 풍파 많은 삶을 통해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참 삶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합니다.

자신의 야망 때문에 살길을 찾아 객지로 떠밀려간 야곱은 그곳에서 성공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던 귀향길은 평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지난날 벌인 업보들이 자신의 귀향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야곱에게 얍복강은 새로운 삶의 분기점이 됩니다. 때문에 야곱에게 얍복강은 단순히 건너야할 강이 아니라, 삶의 전환점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강입니다. 지난날의 죄와 삶의 방식을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러면서도 오직 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천사와 씨름하여 이겼다는 것을 성공의 배경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야곱의 집념을 덕목으로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천사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은, 천사도 그의 집념을 꺾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야곱의 집념이 그렇게 강고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인간의 고집이 그렇게 강고합니다. 인간의 고집은 하나님의 사자인 천사까지도 꺾지 못할 정도로 강고합니다.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환도뼈를 탈골시킴으로서 자신의 잘못된 삶을 깨우치게 하십니다. 그의 이름 야곱을 이스라엘로 바꾼 것은 그의 삶의 목표가 바뀐 것을 말해줍니다. ‘간사한 자, 움켜쥐는 자’가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입니다.

그때까지 야곱의 삶은 이기적이고, 간사하고, 냉혹했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삶의 열정이란 고작 제 목숨 하나 보전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호세아 시대의 백성들처럼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양다리 걸친 부도덕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얍복강에서 지난날의 삶으로는 함께 살아야 할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된 것입니다. 마침내 그는 자기 생존에만 매달렸던 강고한 집념을 털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육신은 비록 불구가 되기는 했지만, 그의 영혼은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들게 된 것입니다. 야곱은 지금까지 거둔 성공에서 평화를 누린 적이 없습니다. 그의 얼굴이 빛난 적도 없습니다. 형 에서가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야곱이라는 분열된 인간이 치유된 것입니다. 제 목숨만 생각했던 부도덕한 삶을 청산한 야곱입니다.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엡 3:14-15): 사도 바울이 옥중에서 쓴 기도문입니다. 마치 얍복강 가에 홀로 남아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을 연상케 하는 기도입니다. 나라와 나라가, 민족과 민족이, 종교와 종교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물어뜯으며 쉴 새 없이 분열하고, 갈등하고, 투쟁하는 세계가 하나 되기를 바라는 기도입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여전히 이전의 야곱처럼 살아갑니다. 이전의 야곱처럼 사는 걸 믿음의 모범으로 삼기까지 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은 밭에 감추인 보화를 얻기 위해 온 재산을 투입해서 밭을 사는 사람처럼 치열하게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부도덕한 열정은 비록 성공했다 할지라도, 영혼의 충만함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지도 못합니다. 얍복강에서의 야곱의 새로운 모습은 자신의 부도덕한 삶을 과감히 청산한 데 있습니다. 비록 육신은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걸을지라도, 그의 얼굴에 브니엘의 아침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야곱의 얼굴을 비추는 빛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빕니다.(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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