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버린 자를 찾으러 오신 분(사 54:1-8; 롬 6:15-23; 눅 19:1-10 / 19.6. 23)

관리자
2024-03-29
조회수 68

사람이 누구의 종이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살핀다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무엇인가에 매여 삽니다. 건강에 매이든지, 자식 교육에 매이든지, 사랑에 매이든지, 직장에 매이든지, 권력에 매이든지, 돈에 매이든지, 유행에 매이든지, 정념에 매이든지….

바울에 의하면 세상을 섬기는 사람은 세상의 종이며, 죄의 종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섬기는 데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전향한 이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세상의 종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종입니다(롬 6:23). 하지만 하나님을 섬긴다고 해서 완성된 존재가 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서 성화(聖化)의 길에 들어선 ‘존재’이지 아직 완성된 존재는 아닙니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진보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달려갑니다.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간을 보조하는 기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과 심지어 감각까지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인간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성이나 동료 인간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더욱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아담 이후로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여전히 죄 아래 있습니다. 피조물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한 게 인간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더더욱 변하지 않았습니다. 근자에 유전자 연구는 이를 분명히 확인해줍니다. 인간의 유전자(DNA)는 자신을 복제하는 것 외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사랑도 윤리도 미련도 회한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유전자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가 인간을 조종한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복음은 인간은 죄 아래 있음을 증언합니다. 하나님의 은총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증언합니다.

이처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세상과 인간을 보는 가기 다른 관점이 있습니다.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출발하는 보수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세상이 변한다는 데서 출발하는 진보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니 결과도 다르겠지요. 보수적인 관점은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을 강조하는데, 급속히 변하는 세계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쉽니다. 고통 받는 동료 인간과 피조세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기 쉽습니다. 진보적인 관점은 세상에 대한 관심은 높은 대신 인간의 죄성, 피조성 곧 구원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도외시하기 쉽습니다.

삭개오 이야기는 두 관점을 동시에 조명합니다. 하지만 어느 입장이었던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을 사람의 업적 때문에 베푸시는 것이 아닙니다. 죄인이기에, 스스로 구원할 능력이 없는 존재이기에 베푸시는 은총입니다. 삭개오 이야기 말미에 예수께서 하신 말씀에 시선이 멈춥니다. “인자는 잃어버린 자를 찾으러[왔다]”(눅 19:10). “잃어버린 자”는 사실상 ‘세상이 버린 자’입니다. ‘버린 것’은 찾을 필요가 없지만, ‘잃어버린 것’은 찾는 게 당연합니다. 예수께서는 삭개오처럼 세상이 ‘버린 자’를 반듯이 찾아야 할 “잃어버린 자”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께서 고난을 당하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 하나님께서 버리신 줄로 알고 절망 가운데서 살던 바빌론 포로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여전히 사랑하신다는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니 절망만 하지 말고 새로운 희망을 가꾸며 살라고 하십니다. 우리 시대에도 갖가지 이유로 세상이 버린 자들이 많습니다. 이 땅의 교회들은 이렇게 버림받은 자들을 형제자매로 영접해야 할 소명으로 부름 받은 공동체입니다. 예수께서는 지금도 세상의 비난을 개의치 않고 버린 자들을 찾아 품어 주십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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