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그리스도의 양일까?(겔 34:25-31, 행 20:28-35, 요 10:22-29 / 19.5.19)

관리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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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의 이미지는 구약의 예언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에스겔도 그중 하나입니다. “내 양 곧 내 초장의 양 너희는 사람이요 나는 너희 하나님이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겔 34:31). 이 에스겔의 목자상은 신약으로 이어집니다.

예수께서 수전절에 성전의 회랑을 거닐고 있을 때입니다. 유대인들이 다가와 “당신이 정말 그리스도냐”고 다그쳐 물습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그다’고 말씀하지 않고,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 나를 증거하는 데도 너희가 내 양이 아니므로 믿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마태는 예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 받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마 3:17)고 하늘의 소리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리새인들이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냐?”(눅 22:70)고 추궁할 때 “그렇다”고 대답하셔도 무방할 것 같은데 예수께서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

하나님의 아들 됨은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지, 인간 편에서 규명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자기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는 그를 따르고, 그를 알아보는 목자와 양의 관계에서 비로소 인식되는 존재로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관계 안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양들을 “내게서 빼앗을 자가 없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만큼 양을 지키려는 목자의 소명이 강고함을 표현한 말씀입니다. 실제로 예수께서는 양들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신 분입니다. 이처럼 성경에서 목자와 양은 피차 생명을 의존하는 관계입니다. 목자는 양을 위해서 존재하고, 양은 목자가 있음으로써 그 생명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목자이신 주님은 그런 분입니다.

이런 목자의 심성이 바울에게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바울이 불가피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서 에베소교회 장로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때입니다. “내가 떠난 후에 흉악한 이리가 너희에게 들어와서 그 양떼를 아끼지 아니하며 또한 너희 중에서 제자들을 끌어 자기를 좇게 하려고 어그러진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일어날 줄을 내가 아노니”(행 29:30). 바울의 관심은 첫째도 양이요, 둘째도 양입니다. 양떼가 있는 곳엔 반드시 이리떼가 몰려듭니다. 이리떼가 누구이겠습니까? “자기를 좇게 하려고 어그러진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양들을 통해서 살찌려는 자들입니다. 도둑이요 강도입니다.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필사적으로 당신의 양떼를 지키려 하는데 우리는 정말 그리스도의 양이 되기를 바라는가? 초대교회에서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카이사르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처럼 험한 시대에 그리스도를 믿는다 할지라도 한편으로 카이사르에게 충성하는 이들은 죽임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장기려 박사의 일화가 있습니다. 이분은 독실한 신앙인이었지만, 당시 교회 지도자들이 돈과 교권과 파벌로 진흙탕인 모습을 보고 아예 기존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신앙을 실천하는 ‘종들의 모임’에 나갔습니다. 한번은 기성 교회에 소속한 목사들을 초대했는데 강단에 선 이가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것을 보고, “넥타이도 안 매고 말이지, 뭐 들을게 있겠어!” 하고 가버렸다는 것입니다. 장기려 박사는 그렇게 겉모습으로 신앙을 평가하는 목사들에 대해서 몹시 실망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도 진실한 믿음의 실천보다 겉모양을 더 중요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회 다니는 것만으로 믿음의 증표로 삼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면서 세상의 불의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도 있습니다. 세속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기고 교회 다니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그런 교인이라면 결코 참된 그리스도의 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태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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